2013년 4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 강하식’에서 박유수 대검찰청 관리과장이 내린 현판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수부 ‘꼼수부활’ 추진
검찰이 ‘부패 수사 태스크포스(TF)’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옛 대검찰청 산하 중앙수사부의 부활을 시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종속성이 심화된 상황에서 새 수사조직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적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수사력 약화” 내세워
포스코·농협수사 등 성과 미흡
“집중수사엔 중수부 체제 필요” 검찰총장 ‘힘키우기’? 직속부대 없어 종이호랑이 전락
서울중앙지검장쪽으로 힘 쏠려 검찰개혁 사실상 실패 개혁한다며 폐지한 조직 부활
독립성 해결 안되면 ‘시기상조’ 중수부 폐지는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실행됐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중수부는 수사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당사자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후에도 중수부는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에 자주 동원됐고, 이로 인해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졌다. 2012년 대선 때는 여야 후보들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중수부 폐지는 수사 기능의 약화라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수사의 독립성이라는 대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의 대표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검찰이 2년8개월 만에 사실상 ‘중수부 부활’을 시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수사력 강화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올해 진행한 포스코·농협·케이티앤지(KT&G) 수사 등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검찰은 힘이 빠지지만, 피의자들은 권력자일수록 방어권이 강화되고 있다.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제보와 오랜 내사, 집중 수사를 특성으로 하는 옛 중수부 체제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검찰총장의 ‘힘 키우기’가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수부 폐지 뒤 직속 수사 조직을 상실한 검찰총장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반면, 특수 수사 조직이 강화된 서울중앙지검장은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실추된 총장의 권위 회복을 위해 직속 수사 조직의 부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수부의 부활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옛 중수부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없앤 조직을 다시 만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중수부 부활 여부가 아니라 검찰이 얼마나 독립성을 확보하느냐다.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함께 가지 않으면 또다시 폐지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임기 후반기에 검찰총장 직할 수사조직이 부활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가 정략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 개혁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상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초 박근혜 정부는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꾸려 상설특검제 도입과 중수부 기능 분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이후 흐지부지됐다. 특히 중수부의 대안으로 제기된 상설특검제 도입은 2014년 초 법제화까지 됐으나, 사건이 있을 때만 꾸려지는 이른바 제도특검 방식이어서 기존 특검제와 별 차이가 없다. 한 검찰개혁심의위 위원은 “기존에 검찰 개혁 방안으로 내놓은 대안이라도 제대로 실행해본 뒤에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보고 중수부 부활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김지훈 기자 haojune@hani.co.kr
“집중수사엔 중수부 체제 필요” 검찰총장 ‘힘키우기’? 직속부대 없어 종이호랑이 전락
서울중앙지검장쪽으로 힘 쏠려 검찰개혁 사실상 실패 개혁한다며 폐지한 조직 부활
독립성 해결 안되면 ‘시기상조’ 중수부 폐지는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실행됐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중수부는 수사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당사자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후에도 중수부는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에 자주 동원됐고, 이로 인해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졌다. 2012년 대선 때는 여야 후보들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중수부 폐지는 수사 기능의 약화라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수사의 독립성이라는 대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의 대표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검찰이 2년8개월 만에 사실상 ‘중수부 부활’을 시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수사력 강화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올해 진행한 포스코·농협·케이티앤지(KT&G) 수사 등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검찰은 힘이 빠지지만, 피의자들은 권력자일수록 방어권이 강화되고 있다.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제보와 오랜 내사, 집중 수사를 특성으로 하는 옛 중수부 체제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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