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복 목사
[짬]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이근복 목사
작은교회운동 통해 주민소통 앞장
“이념 떠나 고통받는 이들과 껴안아야” 2017년 종교개혁 500돌 맞춰 준비
새해 1월 ‘유럽역사인문여행’ 진행
‘종교개혁사’ 전공 박경수 교수 동행 “지금 개신교회가 할 일은 기독교의 세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고 동반자로 설 때 비로소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요.” 이 원장은 “시대적 사명을 외면한 교회가 개혁의 걸림돌처럼 여겨지고 있고, 사회가 교회를 염려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결국 목회자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목회자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역량을 강화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2009년부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 원장이었던 그는 ‘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매달 한 번씩 서울,인천,대전,강릉,제주에서 독서 모임을 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를 고민했다. 참가 목회자들은 <금기의 수수께끼-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룬 책부터 <정의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교양서적을 함께 읽었다.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정성 있게 아픔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교회 대부분인 작은 교회가 살아나도록 도와주는 ‘작은 교회 운동’을 주창한다. 교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전국 교회의 80%가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는 ‘소통이 가능한 작은 교회’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교회가 크면 기독교 정신이 살아 있는 공동체를 이루기가 어려워요. 결정 구조가 복잡해지며 참된 신앙 공동체와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는 샛강이 살아야 큰 강이 살아날 수 있다는 비유를 든다. 그래서 그는 작은 교회 운동을 위해 ‘주민 인문학’을 보급하는 선봉장으로 목회자들이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회자들이 교리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목사들이 폭넓고 깊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서울 은평구 14개 교회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실을 열었다. 이슬람교를 비롯해, 국제경제, 교육 현실 등에 대해 전문가를 초빙해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가 주민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교회로 꼽는 곳은 서울 녹번동의 성암교회다. 함께 인문학 공부를 해온 조주희 목사는 교회에 주민들을 위한 카페를 만들고,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카페에선 오전에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참석자들은 비신자들도 많다. 교회가 운영하는 방과후 공부방에는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나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모여 마음껏 공부하고 논다. 이 원장은 2017년 종교개혁 500돌을 앞두고 2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종교개혁 때까지 당시의 사회문화와 역사 공부를 통해 종교개혁의 정신과 그 속에서 지금의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싶습니다.” 우선 새해 1월 중순 10일간의 일정으로 이탈리아, 독일 등 종교개혁 현장을 찾아가는 ‘유럽역사인문여행’을 진행한다. “그 시대의 인문주의자와 예술가, 종교개혁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진정한 종교개혁의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정에는 종교개혁사를 전공한 박경수 장신대 교수가 동행한다. 고 강원용 목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크리스찬아카데미는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기독교 저항운동의 산실이었다. 크리스찬아카데미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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