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마늘·고추 먹이고 찬물 강제로 온몸에 뿌리기도
두 살배기 입양 딸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울산에 거주하던 김아무개(47)씨는 2013년 12월 당시 14개월이었던 전양을 위탁보호하다가 입양했다. 2014년 10월24일 열린 딸의 학교 행사에서 전양이 소란을 피웠다며 손으로 때리고 집에 와선 닭뼈를 강제로 먹였다. 25일엔 아무 이유 없이 생마늘 5개를 전양에게 먹였고, 두 딸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전양에겐 밥을 주지 않았다.
이날 밤 전양이 쇠젓가락으로 전기콘센트 구멍에 집어넣는 장난을 치자 김씨는 전양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전날 채권자의 5천만원 빚 독촉과 생활비를 보내지 않겠다는 남편의 연락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다. 김씨는 전양을 손으로 때려 방바닥에 3~4차례 쓰러뜨린 뒤에, 길이 75㎝, 두께 2.7㎝의 쇠파이프(옷걸이 지지대)로 전양의 온몸을 30분 동안 때렸다. 전양이 무릎을 꿇고 양손을 비비며 “잘못했어요”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김씨는 부엌에서 빨간 청양 고추를 1㎝ 크기로 잘라 딸에게 강제로 먹였다. 또 화장실로 데려가 옷을 모두 벗기고는 샤워기로 약 10분 동안 머리 위에 찬물을 뿌려댔다.
김씨는 전양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고열이 나는데도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다가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다음날 26일 오후에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전양은 26일 오후 4시 병원에서 뇌출혈과 타박상 등으로 사망했다. 키 82㎝, 몸무게 12㎏이었던 딸은 사망 당시 내부출혈만으로도 전체 혈액의 5분의 1 이상을 잃은 상태였다.
김씨가 살인 혐의와 함께 전양을 구타하는 모습을 12살짜리 딸과 10살짜리 아들에게 그대로 보여줘 정서적으로 학대한 행위도 죄목에 포함됐다. 또한 김씨는 딸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입양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집, 남편 사무실, 상가 계약서 등을 위변조해 입양기관에 제출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과도한 지출로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1심 법원에선 “금전적 동기로 전양을 입양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김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쇠파이프가 아니라 자로 때렸고, 머리를 때리지 않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훈육 목적이기 때문에 학대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전양이 입은 상처로 봤을 때 쇠파이프로 맞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전양이 병원에서 사망하자 아들을 시켜 쇠파이프를 버리도록 시킨 사실이 드러나 김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9명은 김씨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원수)는 “딸을 신체적·정신적으로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학대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살인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이 선고된 김아무개(47)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의 남편 전아무개씨(51)도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남편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부인과 별거하면서 생계비를 주지 않는 등 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항소했지만 2심에서 기각됐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