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연재 도중 세 권의 책으로 묶인 김보통 작가의 (씨네21북스). 내년 1월말 4권으로 완간된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김보통 작가 만화 ‘디피’
군대내부 가혹 행위와
인권유린 사실적으로 그려
김보통 작가 만화 ‘디피’
군대내부 가혹 행위와
인권유린 사실적으로 그려
“군대는 일종의 침팬지 수용소다. 특수한 목적을 위해 또래의 수컷 침팬지들을 모아놓은 수용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조직을 만들기 위해 수직적 지휘체계를 만들어 엄격히 상하를 구분한다. (…) 좁아터진 우리에 동년배의 침팬지 수십 마리를 때려 넣고 모든 욕구를 통제한다.”
헌병 군탈체포조(DP)의 안준호 상병은 생각한다. 상급자가 ‘까라면 무조건 까야’ 하는 수용소. 그곳에서 침팬지들은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다. 간부 침팬지들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폭력을 묵인한다. 조리돌림당하던 어제의 침팬지는 오늘 자신보다 약한 침팬지를 똑같은 방식으로 괴롭힌다. 폭력은 학습되고 고통은 전이된다.
사실 그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엄마를 팼다. 아버지를 대적할 수 없는 그는 그저 어린 동생들을 껴안고 폭력이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했다. 징집영장은 차라리 반가웠다. 군대는 도피처였다. 하지만 그곳은 더 야비하고 잔인한 폭력의 수용소였다. 수용소를 탈출한 침팬지들은 탈영병이라 불렸고 안준호는 그 침팬지를 잡는 침팬지였다.
그동안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된 김보통 작가의 만화 는 디피가 탈영병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만화 디피는) 군대라는 제도적이고 합법적인 폭력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군대내 폭력을 유인 또는 조장하는 간부들과 드러난 가해자만 처벌된 채 본질적인 폭력은 온존하는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고 했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원치 않게 군대를 갈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폭력 앞에 무너지는 과정을 날것의 대사와 상황묘사로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대를 소재로 한 리얼리즘 만화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긍정적인 평가는 동료 만화가들로부터도 나온다. 만화가 김태권씨는 “별다른 기교 없는 절제된 연출인데도 엄청난 흡인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점이 놀라웠다. 캐릭터와 대사 등이 살아 있어서 보는 내내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고발한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연상됐다”고 했다.
수용소에는 오늘도 폭력이 차고 넘친다. 16일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하사들이 동료 하사의 발가락을 불로 지지고 성기에 치약을 묻히는 등 집단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벌였다”며 “공군이 이를 축소·은폐하려 해왔다”고 폭로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 김보통 한국 만화계의 무서운 신인. 첫 작품 <아만자>가 ‘2014년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됐다. 지난해 11월15일부터 오늘까지 매주 56회에 걸쳐 탈영병 잡는 이야기 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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