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풍자 포스터. 이하 작품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담에 붙인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 이하(47·본명 이병하)씨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의 경우 당장 형을 선고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제하는 제도다. 이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인 2012년 5월17일 새벽에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일대에 풍자 포스터 55장을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포스터에는 전 전 대통령이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씨는 약식기소되자 무죄 취지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1심에서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정당행위였고, 이를 경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예술·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한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선고유예 판결했다. 이씨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 뒤 “예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다른 사람들도 이 판결을 기준으로 유죄를 받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2년 6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백설공주에 빗댄 포스터 200여장을 부산 시내에 붙였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지훈 허승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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