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고지점 낙뢰 관측 없어”
“드물게 수평으로 칠 수는 있어”
도로공사 초청 프랑스 전문가
“뇌운의 약한 전류
72번 케이블 때렸을 것”
“드물게 수평으로 칠 수는 있어”
도로공사 초청 프랑스 전문가
“뇌운의 약한 전류
72번 케이블 때렸을 것”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사고 원인이 낙뢰라고 추정하는 데 대해 기상청과 일부 전문가는 “낙뢰 가능성이 적다”는 반대 견해를 밝혔다. 반면 외국 전문가는 “낙뢰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상청은 7일 “지난해 12월 새로 도입해 전국에 설치한 21개 독일제 낙뢰관측센서에서 사고 시점에 서해대교 부근의 낙뢰 현상이 일절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 낙뢰관측센서의 신뢰도는 뇌전류 4킬로암페어(kA) 이상일 때 95%이며, 오차 범위는 150~200m이다. 기상청은 5분 단위로 24시간 낙뢰를 관측하고 있다. 5개 이상 센서에서 방전 현상이 감지됐을 때 낙뢰로 기록한다. 이 센서로는 최저 1.7kA의 낙뢰까지 검출된 바 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3일 오후 6시10분께 서해대교 부근 낙뢰관측센서에서 낙뢰가 감지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당시 낙뢰가 관찰된 곳은 오후 6시5분께 서해대교에서 100㎞ 정도 떨어진 충남 보령시가 유일하다. 전준모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장은 “당일 오후 6시께 레이더 영상 사진상으로 서해대교 인근에는 구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낙뢰가 발생하려면 높이가 상당히 큰 구름(뇌운)이 발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친 낙뢰에 의해 방전이 일어나는 이른바 ‘유도뢰’ 가능성도 적다고 전문가는 밝히고 있다. 엄주홍 기초전력연구원 전기설비응용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전력케이블의 경우 수십㎞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낙뢰로 전하가 쌓여 있다가 약한 부분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유도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해대교 케이블은 지탱하는 철골과 교각 기초 등을 통해 접지가 돼 있어 유도뢰가 칠 정도로 전하가 쌓여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낙뢰는 드물게 수평으로 칠 수도 있기 때문에 케이블이 직격으로 낙뢰를 맞고, 그곳에 가연물질이 있다면 스파크로 인해 불이 붙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초청으로 지난 5~6일 사고 현장을 돌아본 프랑스 낙뢰 전문가 알랭 루소는 이날 “전류가 더 강했다면 주탑의 피뢰침을 때렸을 것이나, 소전류는 뇌운으로부터 자유롭게 내려와 가까운 접지점에 연결될 수 있다. 충격을 받은 72번 케이블의 위치가 가장 가까운 접지점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기상청이 이 낙뢰를 관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소전류는 낙뢰관측시스템으로 감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규원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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