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쇼핑몰 계좌로 “돈부쳐라” 쇼핑몰서 물건사거나 환불뒤 튀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신종 사기 수법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의 공개된 계좌번호를 ‘세탁’용 계좌로 이용해 사기치는 사례가 있어,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과 직거래(C2C) 이용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임 아이템을 파는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ㄱ(37)씨는 얼마 전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는 진정이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것이었다. 놀란 가슴으로 경찰서에 간 ㄱ씨는 누군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좌번호를 이용해 사기를 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온라인 동호회 사이트에서 만난 ㄴ씨와 ㄷ씨는 오토바이를 직거래하기로 했다. 그런데 ㄴ씨가 ㄷ씨에게 돈을 보내라고 알려준 계좌번호가 ㄱ씨의 쇼핑몰 계좌번호였다. ㄷ씨가 돈을 입금하고 오토바이를 기다리는 사이, ㄴ씨는 “ㄷ씨가 대금을 결제할 것”이라며 ㄱ씨의 쇼핑몰에서 50만원어치의 게임 아이템을 사갔다. 게임 아이템의 경우, 상품을 받기 위해 오프라인 주소를 알려줘야 할 필요도 없고 온라인상에서 현금화가 쉽다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결국 온라인 쇼핑몰 업주 ㄱ씨와 직거래로 오토바이를 사기로 한 ㄷ씨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ㄱ씨는 “물건 구매자와 대금 입금자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며 “유명 쇼핑몰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안전거래 시스템을 갖출 형편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일일이 구매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ㄹ씨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계좌번호를 잘못 알려줘 돈이 잘못 입금됐으니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아무 의심 없이 돈을 송금해줬던 게 화근이었다. ㄹ씨도 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정지연 조사연구팀장은 “계좌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은 사실상 이런 사기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며 “안전거래 시스템을 갖추는 것 외에는 뚜렷한 예방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간 직거래를 하면 물건을 싼값에 살 수는 있지만 안전한 거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며 “직거래를 할 때에는 믿을 만한 사람인지 꼭 확인하고 거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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