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변호사’ 때 아닌 특수
현재의 김능환 전 법관(왼쪽), 아내 편의점 돕던 김능환 전 법관(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분위기로 인해 ‘풍선효과’
이미 개업한 전관들에 사건 쏠려 아내 편의점 돕던 김능환 전 법관
결국 로펌행…2년간 상고심 41건 2010년 이후 변호사 된 6명 보니
최근 2년간 평균 49.1건 변론 맡아
7.7건 파기환송…전체평균의 2~3배 <한겨레>가 대법원 판결문 검색을 통해 2010년 이후 개업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건수와 파기환송률을 확인해보니, 이들은 ‘전관 변호사 마지막 세대’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일반 변호사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평균 49건의 상고심 사건을 맡았고, 전체 평균의 3배에 가까운 파기환송률(15%)을 기록했다. 당연히 수임료도 많이 받았다. 변호사업계에선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이름만 올리고 받는 ‘도장값’이 3000만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반면, 로스쿨 졸업 또는 사시 합격 후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이들의 수임료는 30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사건 수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상당수다. 변호사업계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래전부터 법관을 퇴직하게 되면 제가 사는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을 하나 내서 동네 이웃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다.” 2006년 6월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 등 영리행위를 하지 않을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이상민 당시 민주당 의원이 물은 질문에 김능환 대법관 후보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김능환 후보자는 다른 의원의 질문에도 “저는 가급적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2013년 3월 대법관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줬다. 언론에서도 “아름다운 전관, 편의점 아저씨 된 김능환”(한국방송) 등의 미담으로 소개됐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꿈이 있다면 편의점과 채소가게가 먹고살 만큼 잘돼서 집사람과 함께 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해 9월 김 전 대법관은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다”(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남기고 법무법인 율촌에 취업하면서 김 전 대법관을 칭찬하던 언론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최근 법조계엔 김능환 변호사가 ‘가장 끗발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보유한 다른 로펌도 상고 사건을 김 전 대법관에게 의뢰할 정도로 잘나간다”고 말했다. 퇴임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미 개업한 이들에게 사건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해 3월 퇴임한 차한성 전 대법관(현 공익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반려하고, 지난 9월엔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31명에게 대법원 사건 수임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는 서신을 보냈다. 지난 2월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은 3월부터 단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에 임용됐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여전히 석좌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9일 퇴임한 민일영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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