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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변호사 뛰는 김능환 ‘가장 끗발이 좋다’

등록 2015-11-23 19:46수정 2015-11-24 17:29

‘대법관 출신 변호사’ 때 아닌 특수
현재의 김능환 전 법관(왼쪽), 아내 편의점 돕던 김능환 전 법관(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현재의 김능환 전 법관(왼쪽), 아내 편의점 돕던 김능환 전 법관(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전직 대법관들의 변호사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근래 퇴임한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자제하고 있다. 이들은 공익활동을 하거나 후학 양성에 전념하는 등 법조계에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이미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몇몇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상고심 사건이 이들에게 몰리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퇴임뒤 변호사 개업 자제하는
최근 분위기로 인해 ‘풍선효과’
이미 개업한 전관들에 사건 쏠려

아내 편의점 돕던 김능환 전 법관
결국 로펌행…2년간 상고심 41건

2010년 이후 변호사 된 6명 보니
최근 2년간 평균 49.1건 변론 맡아
7.7건 파기환송…전체평균의 2~3배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한겨레>가 대법원 판결문 검색을 통해 2010년 이후 개업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건수와 파기환송률을 확인해보니, 이들은 ‘전관 변호사 마지막 세대’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일반 변호사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평균 49건의 상고심 사건을 맡았고, 전체 평균의 3배에 가까운 파기환송률(15%)을 기록했다. 당연히 수임료도 많이 받았다. 변호사업계에선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이름만 올리고 받는 ‘도장값’이 3000만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반면, 로스쿨 졸업 또는 사시 합격 후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이들의 수임료는 30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사건 수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상당수다. 변호사업계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래전부터 법관을 퇴직하게 되면 제가 사는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을 하나 내서 동네 이웃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다.”

2006년 6월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 등 영리행위를 하지 않을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이상민 당시 민주당 의원이 물은 질문에 김능환 대법관 후보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김능환 후보자는 다른 의원의 질문에도 “저는 가급적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2013년 3월 대법관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줬다. 언론에서도 “아름다운 전관, 편의점 아저씨 된 김능환”(한국방송) 등의 미담으로 소개됐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꿈이 있다면 편의점과 채소가게가 먹고살 만큼 잘돼서 집사람과 함께 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해 9월 김 전 대법관은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다”(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남기고 법무법인 율촌에 취업하면서 김 전 대법관을 칭찬하던 언론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최근 법조계엔 김능환 변호사가 ‘가장 끗발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보유한 다른 로펌도 상고 사건을 김 전 대법관에게 의뢰할 정도로 잘나간다”고 말했다. 퇴임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미 개업한 이들에게 사건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해 3월 퇴임한 차한성 전 대법관(현 공익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반려하고, 지난 9월엔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31명에게 대법원 사건 수임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는 서신을 보냈다. 지난 2월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은 3월부터 단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에 임용됐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여전히 석좌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9일 퇴임한 민일영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김능환 변호사는 2014년 1월 처음 판결문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뒤 현재까지 41건의 대법원 상고심 사건을 맡아 6건을 파기환송(14.6%)시켰다. ‘2015 사법연감’을 보면, 2014년 형사사건의 상고심 파기환송률은 4.9%, 민사본안사건 상고심의 파기환송률은 7.6%에 그쳤다. 변협 관계자는 “상고심 파기환송률이 15%라면 엄청난 것이다. 평균은 5%도 되지 않는다”며 “1, 2심도 아니고 대법원 사건 변호가 2년간 40건이면 많은 편이다. 대법원 사건은 1건당 수임료가 크니까 웬만하면 3000만~5000만원씩 받고 개중엔 억대로 받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김능환 변호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을 취했지만, 김 변호사는 직원을 통해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능환 변호사와 같은 시기 퇴임했거나 2010년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전직 대법관 5명의 최근 2년간 변호 활동도 김능환 변호사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이었다. 지난해부터 지난 11월12일까지 2년가량 대법원 상고심 판결문을 보면, 김용담·이홍훈·김지형·김능환·박일환·안대희(퇴임일순) 변호사는 1인당 평균 49.1건(295건)의 변론을 맡았다. 이 중 평균 7.7건을 파기환송시켜(파기자판 포함) 평균 15.6%의 파기환송율을 보였다. 전체 평균 파기환송률에 비해 2~3배에 이르는 파기환송률을 보유한 것이다. 김능환 변호사와 같은 날 대법관을 퇴임해 2013년 7월 법무법인 바른에 들어간 박일환 변호사는 2014년 1월부터 상고심을 95건 수임했고, 이 가운데 12건(12.6%)을 파기환송시켰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홍훈 변호사(2011년 5월 퇴임, 2012년 5월 취직)는 같은 기간 65건의 대법원 사건을 맡아 13건을 파기환송(20.0%)시켰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형 변호사(2011년 11월 퇴임, 2012년 12월 취업)는 노동법연구소 ‘해밀’ 연구소장으로 공익활동을 병행해 수임사건 수는 33건이었다. 직접 법무법인 평안을 만든 안대희 변호사(2012년 7월 퇴임, 2013년 7월 개업)은 수임 사건 수가 23건으로 가장 적었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후학 양성에 힘쓰거나 공익활동에 매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2004년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변협은 지난 8월 조 전 대법관을 제46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의 기초를 놓으며 한국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2011년 퇴임 이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노동법의 대가인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지평의 후원을 받는 ‘해밀’의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지난 7월 영문으로 된 한국 노동법 해설 책자를 펴냈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법무법인 원의 공익활동 단체인 사단법인 선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훈 서영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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