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판결 파기”…올들어 세번째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을 빼먹는 바람에 피고인이 다시 재판받는 일이 또 발생했다. 알려진 사례만 올해 세 번째다.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줄이기 위해 하급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선 재판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4억원대 게임머니를 불법 판매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아무개(46)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사유는 항소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가 아니라 재판장이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재판장을 제외한 법관 2명만 작성한 판결서에 의해 판결을 선고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41조는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해야 한다. 재판장이 할 수 없는 때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같은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재판장과 다른 법관 한 명의 서명날인이 누락된 사실이 지난 7월 드러났다. 업무상배임 등 혐의를 받은 이아무개씨의 경우, 1심 판결을 한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날인하지 않았고, 2심 재판부도 그냥 지나친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인됐다.
법원 관계자는 “일주일에 수십 건씩 판결서를 서명날인하는 과정에서 간혹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사건을 넘길 때 판사와 직원들이 수시로 점검하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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