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의 ‘4분 도로 점거’ 교통방해죄 판단
일시적 교통방해 처벌 못한다는 원심 뒤집은 것
일시적 교통방해 처벌 못한다는 원심 뒤집은 것
대법원이 집회 참가자의 ‘4분 도로 점거’도 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일시적 교통방해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원심을 뒤집은 것으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7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아무개(24·여)씨에게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임씨는 2012년 6월16일 쌍용차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걷기대회에 참가해 500여명과 함께 서울 충정로역 부근 의주로터리에서 중앙일보 방향 오른쪽 3개 차로를 점거하고 700여m를 행진가다 경찰의 제지로 4분여 만에 인도로 올라갔다. 임씨는 앞서 2차례 집회에 참가해 경찰관을 밀치는 등의 폭행 혐의와 함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차로를 일시 점거한 구간이 별도로 인도가 마련되지 않은 곳 부근이고 이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경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모두 인도로 올라갔다. 당시 모든 차로의 소통은 원활했다”며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차량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정도의 행위는 교통을 방해해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 교통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고없이 이뤄진 도로 점거로 비록 단시간이나마 차량의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같은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기소된 유아무개(28·여)씨에 대해서도 무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낸 바 있다.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집회와 시위는 본질적 특성이 주변 사람에게 불편을 줘서 이목을 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불편은 감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단 4분 동안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 판결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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