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약물 임상시험 부작용 위험성에도
단시간에 돈 벌수있어 ‘꿀알바’로
2011~2013년 ‘중대 이상반응’ 476건
정부는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 목표
“경제논리로 국민에 위험 권하는 격”
단시간에 돈 벌수있어 ‘꿀알바’로
2011~2013년 ‘중대 이상반응’ 476건
정부는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 목표
“경제논리로 국민에 위험 권하는 격”
“돈 때문이죠 뭐….”
대학생 채아무개(24)씨는 지난봄,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참가했다. 생동성 시험은 특허가 만료된 약품의 복제약을 만들며 효과와 부작용을 살펴보기 위한 약물 임상시험 가운데 하나다. 기간은 2박3일이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첫날 채혈 검사 등을 받고, 둘째 날 의사가 쥐여준 ‘스테로이드약’을 먹은 뒤, 이틀 동안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계속 채혈을 하는 ‘간단한’ 아르바이트였다. 사흘 동안 스무차례 피를 뽑은 대가로 채씨가 받은 돈은 35만~40만원 정도였다.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힘도 들지 않는데 받는 수입은 훨씬 짭짤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2012년과 2014년에도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2014년에는 ‘전립선비대증약’을 먹었다고 한다.
김아무개(31)씨는 5년 전 야간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생동성 시험 알바를 했다. 김씨는 “일주일 10만원으로 생활하던 때였다. 한번 하면 한달 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하게 됐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몸을 돈이랑 바꿨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생동성 아르바이트를 처음 접한 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누리집을 통해서다. 채씨는 “자취를 하고 있어 생활비가 필요했는데 학생회 활동과 공부에 묶여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알바를 찾다가 우연히 생동성 알바를 발견했다”며 “급한 돈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주변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전언에서 읽히듯 ‘마루타 알바’로 불리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 사이에선 ‘꿀알바’(편한 아르바이트)로 통한다. 생동성 시험 등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적잖은 ‘고위험 아르바이트’다. 정부가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승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임상시험 안전성을 검토하지만, 2011~2013년 임상시험으로 인한 부작용인 ‘중대 이상약물 반응’이 476건 보고됐다. 사망으로 이어졌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부작용도 56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최근 대학생 1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생동성 알바는 공사장과 물류창고 일에 이어 대학생들이 세번째로 많이 찾는 아르바이트다. 학생들은 생활비, 등록금, 대출상환 등 주로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미 한국 사회는 임상시험을 시장 논리에 내맡긴 상태다. 학생이나 저소득층은 돈의 유혹 탓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고,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 몸을 철저하게 돌봐가며 임상시험에 임하거나 중도포기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한국을) 2020년까지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16일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국민이 마루타인가?’ 토크쇼를 열고 “몸의 문제를 산업적으로만 접근하는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며 이를 비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경제적 논리만 쫓아 더 많은 국민에게 위험한 임상시험을 권하고 참여자의 질병정보까지 침해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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