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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금천교시장 기름떡볶이 할머니 그리워요”

등록 2015-11-13 19:45수정 2015-11-13 22:12

 사진 <수요미식회> 장면 갈무리
사진 <수요미식회> 장면 갈무리
전재산 사회에 남기고 하늘나라로
음식칼럼니스트·단골들 애도글
서울 종로구 내자동 금천교시장에서 40년 넘게 기름떡볶이를 팔아온 김정연 할머니가 지난 3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98.

경복궁 인근 서촌 금천교시장의 유명인사였던 김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개성에서 잠시 서울로 내려왔다가 전쟁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평생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재혼도 할 만한데 김 할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통일을 기다렸다. 김 할머니는 두 사람이 겨우 쪼그리고 앉을만한 허름한 좌판에서 무쇠솥뚜껑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떡볶이를 간장, 기름 등의 양념을 넣어 볶아 팔았는데, 쫄깃하면서도 단맛이 적어 자꾸 집어먹게 되는 마력을 발휘하곤 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할머니가 북에 두고 온 자녀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며 늘 탄식하셨다고 전한다. 금천교시장 길을 도란도란 떠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북에 두고 온 세 딸들이 더 그리웠다. 그래서일까? 김 할머니는 유난히 학생들에게 후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떡볶이를 주는가 하면 심지어 꼬깃꼬깃 접은 돈을 건네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소식을 접한 이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명복을 빌었다. 5~6년 전 떡볶이 취재차 김 할머니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모든 실향민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슬픔 같은 것을 그분에게서 봤다”며 “영혼이라도 고향에 가 자식들을 만나서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근처 와인바 ‘오그랑베르’를 운영하는 작가이자 음식칼럼니스트 박준우씨는 “무섭게, 순식간에 변하는 골목에서 수십 년간 한 자리를 지켜왔던 할머니를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며 “할머니의 포근한 기운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가게 터에는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알리는 글이 붙었다. 단골 고객 한 명이 붙였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지난 7월14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김찬식 동장과 변호사 입회 아래 떡볶이를 팔아 모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종로구 사회복지협의회는 할머니가 기부한 집 전세금 7000만원과 예금으로 김 할머니 이름의 장학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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