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2심 판결 뒤집어
“업무상 과로가 질병 악화시켜”
“업무상 과로가 질병 악화시켜”
업무와 질병 간에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명백하지 않아도 업무상 과로가 겹쳐 질병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강아무개(5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2008년 1월부터 한국농어촌공사 순천광양여수지사의 농지은행팀장(2급)으로 근무한 강씨는 가족들이 사는 경기 시흥 자택을 떠나 전남 순천의 회사 숙소에서 다른 직원들과 거주하며 총무·재무·농지사업 파트를 총괄했다. 강씨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출장이 있는 날은 밤 10시에 숙소에 들어왔고, 두달 여 동안 30차례나 40㎞안팎의 출장을 나가 농지은행 거래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결국 강씨는 3년여 만인 2011년 3월 뇌경색으로 병상에 눕게 됐다.
2011년 7월 강씨가 요양급여를 신청하자,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과로가 확인되지 않았고,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승인해주지 않았다. 강씨가 제기한 행정소송 1, 2심에서도 “정확한 출퇴근 시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고, 뇌경색 발병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당뇨·고혈압의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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