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합뉴스
인터넷 게시판에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글을 올렸더라도 익명 처리를 하고 공익 목적이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교사 김아무개(52)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ㅁ사에 투자한 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2008년 8월부터 2012년 7월 사이 포털 게시판에 ㅁ사 대표를 비방하는 글 16건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올린 글 중 7건은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김씨는 ‘비비케이(BBK)와 똑같은 수법의 금융피라미드 사기단’, ‘현직 판사, 검사, 정보통신부 직원, 대기업 임원까지 투자해서 뒷일을 봐준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수사를 촉구했다.
재판부는 “회사와 대표 이름을 나름대로 비실명 처리해 글 내용만으로는 ㅁ사 대표를 뜻한다는 사실을 일반인이 쉽게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ㅁ사 대표 개인의 인신공격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며 “피해사례를 수집해 공동 대응할 의도여서 유사하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일반인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7건의 글에 대해 “원심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람을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은 “실제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행위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은 피해자를 비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김씨가 ㅁ사 대표와 관계없는 자신의 집 세입자한테 들은 내용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을 해 정정보도를 한 보도를 인용한 점을 들어 “피고인이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을만한 이유가 없었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ㅁ사 대표가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기사를 인용한 뒤 ‘성접대 사기꾼’ ‘오피스텔 3곳에서 여자들과 산다’는 등의 표현으로 비방한 글 9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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