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두 정상이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을 두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국가가 교과서에 관여하는 것에 부정적이다’라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5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과 아시아연구소가 연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에 한일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특별강연에 참석해 한-일 관계를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화에 나선 것을 두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역사인식에서 두 정상 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점은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이른바 ‘아베 담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8월15일 아베 총리가 밝힌 ‘패전 70년 담화’를 언급하면서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과 사죄’ 등의 단어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문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특히 ‘러일전쟁은 식민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구절은 러일전쟁의 결과 일본의 식민지가 된 한반도 사람들에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고 평했다. 또 “아베 총리는 스스로 애국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자신감이 없는 것의 반증이다. 진정한 애국심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담화가 발표되기 전인 8월12일 서대문형무소의 추모비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그는 연설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한국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국가가 교과서에 관여하는 것은 부정적이다. 사실에 입각해서 교과서를 만드는 학자들이 가장 좋은 교과서를 만들면 될 것 같다. 한국이 지금 하시고자 하는 건 오히려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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