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 저녁까지 이어져
31일 낮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대학생들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서울 마로니에공원과 이화여대 인근에서 각각 모였던 대학생들은 찬바람을 뚫고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까지 행진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10·31 대학생 대회’를 열었다.
“우리 역사 지켜내자”, “국정 교과서 반대한다”, “역사 쿠데타 저지하자”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가로지른 대학생들은 오후 4시께부터 속속 청계광장에 모여들었다. ‘역사 역행, 민주주의 퇴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이들은 서로 깃발을 바꿔 들며 언 손을 녹이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한기가 그대로 전해졌지만 자리에 앉은 1000여명의 대학생들은 한목소리로 “권력에 의한 교과서를 거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특히 “획일화된 국정 교과서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라”고 강조했다. 서재우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역사는 다양한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인데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은 이념을 떠나 획일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반대)서명을 받고, 대자보도 붙였다. 지금 이 자리에도 많은 이들이 모였다.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대학생의 힘으로 국정 교과서를 막아내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화답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태희(19·광운대)씨는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역사를 정부가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의 말을 따르더라도) 국가는 역사를 쓰는 주체가 아니라 역사의 심판을 받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된 이날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파도타기를 하면서 함성을 지르거나, 춤과 노래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집회가 끝난 뒤에도 일부 대학생들은 오후 6시부터 열리는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했다. 글·사진/권승록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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