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 물길을 가로 막은 부여 백제보의 모습, 보는 물 흐름을 막아 녹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다. 백제보 홍보 전망대는 녹조 전망대로 전락했다. 2013.8.23 대전충남녹색연합
정부 “4대강 댐 물 활용” 거짓홍보
사실상 하류 강물로 보령댐 보급
국토부 “필요땐 백제보 물 사용”
사실상 하류 강물로 보령댐 보급
국토부 “필요땐 백제보 물 사용”
정부가 충남 서부 8개 가뭄지역에 공급한다고 홍보한 물이 4대강 사업 때 건설한 백제보의 물이 아니라 백제보 하류의 금강 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1차 물관리협의회’ 결과에 따라 ‘보령댐 도수로 건설’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이성해 당시 국토부 수자원개발과장은 12일 기자설명회에서 “충남 서부지역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금강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 상류에 공급한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처음으로 본격 활용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도수관로의 길이는 21㎞, 공급 수량은 하루 11만5천톤, 사업비는 625억원, 사업 기간은 2015년 10월~2016년 2월이다.
그러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14일 당정협의를 한 뒤 “(백제보뿐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모든 물을 농업용수나 식수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1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또 16일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직접 백제보~보령댐 도수로 공사 예정지를 방문해 “4대강의 여유 수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확인해 보니, 보령댐에 물을 공급하는 곳은 백제보가 아니라, 백제보에서 하류로 6㎞가량 떨어진 백제교 부근의 취수장이었다. 이달 기준으로 백제보를 통과하는 하루 230만톤가량의 수량 가운데 11만5천톤을 취수해 보령댐 상류로 보낸다는 것이다. 결국 보령댐에 공급하려는 물은 백제보 저장 수량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냥 백제보를 통과한 금강 물인 셈이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백제보에 가둔 물은 관리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 별로 없다. 정부가 금강에 흐르는 물을 사용하면서 이를 4대강 사업 백제보의 물이라고 거짓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금강홍수통제소의 박상근 예보통제과장은 “비관개기(비농사기)에는 통과 수량이 충분하지만, 관개기(농사기)에는 통과 수량만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다. 그 경우 관리 수위를 낮춰 백제보 등의 물을 12만1천톤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천수 사용 허가를 받아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금강의 보에서 통과 수량이 부족해 관리 수위를 낮춘 사례는 없었다고 박 과장은 덧붙였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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