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인 지 1년이 된 14일 오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천막 등을 손질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유족들, 국정교과서 반대 회견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희생자 안산 단원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47)씨가 마음에 새긴 단어는 ‘진실’과 ‘기억’이다. 진실과 기억은 정씨가 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씨는 “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정부와 언론은 진실을 가렸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전국민이 가슴 아파했지만 서서히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월호’라는 정부의 무능한 역사, 유족들이 짓밟힌 역사가 국정교과서를 통해 진실되게 기억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씨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변에 있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세월호 그만 좀 해라” “빨갱이들”이라고 외쳤다. 전씨는 “보세요. 지금도 이렇잖아요”라고 힘없이 말했다.
27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모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를 통한)국가의 기억통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쳤다. 20분 정도의 짧은 기자회견이었지만, “왜곡된 진실과 잊혀진 기억을 몸소 겪고 있다”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이태호 4.16연대 운영위원(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국민의 기억과 과거에 대한 해석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했던 모든 사람이 저항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며 “다양한 해석을 ‘종북’으로 몰고 간다면 훗날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될지 답답하다”고 했다.
전씨도 발언에 나서 “국민 80%가 반대한다고 들었고, 중고등학생들도 거리에 나오고 있다. 이런 국민들에게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정부는 옳은가. 역사에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4.16연대는 다음달 7일 세월호특별법 제정 1년을 맞아 ‘11.7 국민대회’를 열고,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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