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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마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15-10-26 19:53수정 2015-10-27 10:12

“아들 군 사망 기록 달라” 3년반 소송서 이겨

총기사고로 숨진 오동길 이등병
“자살” 발표에 가족들 “사고사”
법률공부 해가며 정보공개 소송
“첫 관문 통과…진실찾기 막막”
“한 달 뒤에 백일 휴가 나가면 여수 엑스포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들도 만날거라고 했던 아이가 자살을 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나요?”

군 당국과의 지리한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한 어머니 송아무개(49)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어두웠다. 군 당국이 아들의 죽음을 수사한 기록의 사본을 내주더라도, 이를 근거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더 힘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2년 5월23일 밤. 아들이 총기 사고로 숨졌다는 전화를 받고 송씨는 무너져 내렸다. 송씨의 아들 오동길(사진·당시 21살) 이등병은 2011년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2012년 1월 육군에 입대했다. 두 달 뒤 1사단에 배치를 받고 경기 파주 철책선 초소에서 근무했다. 그 해 5월 오 이병은 초소에서 자신의 케이-2 소총에서 발사된 예광탄 3발이 턱에서부터 머리를 관통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미궁에 빠졌다. 함께 근무했던 선임병은 졸고 있다 총소리가 난 뒤에야 쓰러진 오 이병을 발견했다. 군은 그해 9월 ‘타살이나 총기오발 가능성은 없고 자살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가 사망하기 전날 디지털 군인수첩에 “나는 좀 아닌 것 같다. 거의 병적으로 소심한 사람도 문제없이 군대에 온다”라고 쓴 대목을 자살 근거로 들었다.
오동길 이등병
오동길 이등병

송씨는 군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숨지기 불과 한달 전 대대장으로부터 표창장과 함께 3박4일 포상휴가를 받은 아들이었다. 송씨는 “아들은 사고로 사망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군에선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자살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송씨는 사인을 직접 조사해보겠다고 결심했다. 2013년 12월 1사단에 수천쪽의 수사·심의 기록과 부검사진,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1사단은 지난해 3월 “군사기밀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1사단 법무부에서 열람, 시청하는 방식으로만 공개하겠다”고 결정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도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9월 위원회는 군의 손을 들어줬다. 마지막으로 송씨는 “사본을 내놓으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송씨와 가족들은 법률 공부를 해가며 ‘나홀로 소송’을 진행했고 9개월 간의 지리한 심리 끝에 법원은 결국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욱)는 송씨가 육군 제1보병 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1사단은 송씨에게 오 이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 등의 사본·복제본을 교부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 가운데 군사기밀로 볼 수 있는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대 병력 상황 등이 담긴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 사본·복제물 교부 청구를 거부한 군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송씨는“이제 겨우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 앞으로 이 방대한 자료에서 진실을 찾아낼지 막막하다“면서 “만약 군에서 항소를 하면 또 다시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죽은 아들을 둔 어미에게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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