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서울대·이화여대 교수 여러명
금성·교학사 등 집필 참여 확인
“국정화 반대 여론 폄훼” 반발
금성·교학사 등 집필 참여 확인
“국정화 반대 여론 폄훼” 반발
서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4개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나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 중에 역사 교과서 집필 경험자가 한 명도 없다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청와대가 앞장서서 사실을 왜곡하고 압도적인 역사학계의 국정화 반대 여론을 폄훼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25일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 8곳의 홈페이지에 나온 저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이 비서실장의 말과 달리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국정 교과서 반대 및 집필 거부에 참여한 교수가 여럿 확인됐다.
2012년 8월31일자로 교육부 검정을 마친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역사 1~2권>은 김형종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중국 근대사 전공)가 대표 저자다. 서울대 국사학과 허수 교수(한국근현대사)도 공동 집필진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고조선부터 대한민국을 포함한 한국사와 세계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배운다.
2009년 개정해 2013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학사의 <중학교 역사 1~2권> 대표 집필자는 양호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현대사 및 역사교육 전공)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고대, 중세사 및 역사교육)는 천재교육에서 펴낸 <중등 역사 1~2권>과 <고등 세계사>를 집필했다. 천재교육에서 낸 또다른 2009년 개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이화여대 사범대학 차미희 교수(한국문화사 및 역사교육 전공)도 참여했다. 두산동아에서 낸 2007년 개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구범진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중국 근세사)가 공동 저자다. 이들은 모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했다. 이 비서실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 집필에 한번이라도 참여한 분이 없다”며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에서 (집필 거부) 서명한 교수 중 지금까지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분이 한 분도 안 계시다는 게 분명한 팩트(사실)”라고 한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한 교수는 “국정화를 반대한 교수 중에 교과서 집필자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중학교의 경우 역사 교과서가 국정이 되면 세계사 부분도 국정이 된다. 한국사 전공이 아닌 동양사, 서양사 전공 교수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왜 참견이냐고 묻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한국사 부분을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고등 한국사 집필 교수가 있는 연세대는 일부러 빼고 말한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사실도 아닐뿐더러 무의미하게 4개 대학만 따로 말한 이유를 되묻고 싶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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