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유신 때 제정됐다 폐지된 형법상 ‘국가모독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21일 ‘1977년 <노예수첩> 필화 사건’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과거 국가모독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 사건은, 양성우(72) 시인이 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노예수첩>이란 시가 1977년 일본 시사잡지 <세카이>(세계)에 실려 형법상 국가모독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비롯됐다. 법원은 양 시인에게 국가모독죄를 적용해 징역 3년형을 선고했고, 2012년 10월 양씨의 재심을 받아들인 법원은 처벌 근거인 국가모독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에 대해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국가모독죄는 유신 때인 1975년 3월에 만들어졌다. ‘내국인이 국외에서 국가기관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가의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흔히 ‘국가원수 모독죄’로 불렸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데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법은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12월 여야 합의로 폐지됐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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