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9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준석 선장은 1심에선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상죄가 적용됐으나, 2심에선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그동안의 판례를 뒤집고 대형사고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처음으로 적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은 지난 8월말 김소영 대법관을 주심으로 소부인 대법원 1부에 이 사건을 배당했으나, 이날 열린 전원합의체 소위원회에서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회부 이유에 대해 “세월호 선장, 선원들에 대한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먼저 탈출해 304명의 인명 피해를 낸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하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 또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대법관 13명이 모두 심리에 참여하는 재판절차를 말한다.
이씨는 1심에서는 징역 36년형, 2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은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유기치사상과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해양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선원들의 진술과 무전 교신 내용 등을 근거로 이씨가 탈출하기 전에 2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린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항소심)은 살인죄를 인정하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고 전후의 정황과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퇴선 명령이 실제로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인명 구조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과 지위를 가진 이씨의 구호조치 포기와 승객 방치 및 퇴선행위(부작위)는 살인의 실행 행위(작위)와 같게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징역 5~20년을 선고받았던 다른 선원들은 항소심에서 ‘선장의 지휘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 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12년으로 모두 감경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 1970년 여객선 남영호 침몰사고 때도 선장의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에도 이준 삼풍건설산업 회장에게 과실치사죄만 적용해 징역 7년6개월형을 선고한 바 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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