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위)· 한미약품의 팔팔정(아래사진).
화이자제약과 ‘디자인권 침해’ 소송서 한미약품 승소
“마름모 도형·색채,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
“마름모 도형·색채,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
대법원이 발기기능장애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정’ 사이에서 벌어진 디자인권 분쟁에서 사실상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한국화이자제약 등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침해금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마름모 도형의 입체적 형상과 푸른색 계열의 색채를 결합해 구성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고 색채를 고려하더라도 수요자에게 거래분야에서 알약의 형태로 채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상표법에서 정하는 지정상품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해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포장과 제품 자체에 기재된 명칭과 상호로 구별할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오인과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유사 상표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화이자는 2012년 10월 “한미약품의 팔팔정이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형태가 비슷해 혼동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재판부는 일반 수요자들이 상품 출처에 관해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고 팔팔정이 비아그라를 모방했다는 점을 인정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 관계자는 “상표로서의 효력은 인정하지만, 팔팔정이 전문의약품으로서의 사용실태 등에 비춰 볼 때 혼동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는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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