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성포구 ‘강화불음도회집’의 전어구이. 박미향 기자
어획량 급감…‘서민음식’ 인식 무색
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란 말이 공식처럼 된 지 오래다. 가을의 대표 먹거리 전어가 올해는 어획량이 줄어 귀한 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횟집은 전어회를 500~600g 당 3만원에 판다. 주방장은 “도매시장에서 사오는 금액이 3만4000원(1㎏)”이라며 “예전에는 같은 양이 6000~9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가을철 전어는 값이 싸고 푸짐한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횟집 주인들은 마진이 줄더라도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회보다는 활어를 안 써도 되는 구이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50번지 북성포구에 위치한 ‘강화불음도회집’의 종업원도 “횟감 활전어는 요즘 거의 없고, 있어도 가격이 비싸다”며 전어구이나 제철 맞은 대하(새우)구이를 권한다. 이 포구 6개 횟집의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 최대물량을 자랑하는 노량진수산시장도 같은 상황이다. ‘여수여천’의 주인 최덕인(58)씨는 “몇 주 전만 해도 경매시세가 1㎏에 3만8000~4만원이었다”며 “일반 소비자에게 팔 때는 5만원 정도 받아야 하는데, 그 가격에는 팔리지가 않는다”고 말한다. 다행히 지난 13일 기준 노량진수산시장 활전어 시세는 1㎏에 2만5000원으로 내렸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 최씨는 지난해 전어회 1㎏ 당 1만5000원에 팔았다.
전어 가격이 이처럼 폭등한 이유는 전어의 산지인 경남지역 근해에서 잡히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의 이정훈 박사는 “올해 9월 전어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급격하게 줄었다”며 예년에 비해 떨어진 수온을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그는 “따스한 수온에서 사는 전어는 산란을 하기 위해 초여름에 연해로 들어오는데, 올해는 수온이 낮아 오래 머물지 않았고 근해마저도 수온이 낮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파랑주의보 발령 등으로 조업이 어려웠던 점도 한 이유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전어회를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철 전어는 기름기가 많고 달다. 회, 튀김, 구이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는 전어는 창자로는 ‘전어밤젓’을 만들어 먹는다. ‘전어밤’은 전어의 창자를 일컫는 말로, ‘전어밤젓’은 소금에 절인 뒤 2~3달 삭혀 만든다.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뼈째 썰어서 먹는 전어회에 들깨와 참깨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글·사진 박미향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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