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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식은 최소 3년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하나요?

등록 2015-10-13 15:38수정 2018-09-17 18:26

<엄마의 탄생>(KBS) 화면 갈무리.
<엄마의 탄생>(KBS) 화면 갈무리.
[한겨레21]
잘나가는 동료를 보니 불안해요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건 장거리 마라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삶의 설계도 ‘길게’ 그려야
올해 2월 딸을 낳고 육아휴직 중인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등만 보여도 우는 아이 때문에 힘들고, 요리에 서툴러 이유식 만드는 것도 힘듭니다. 그 와중에 카카오톡의 프로필에서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비슷한 연배의 남교사들이 문제집 집필위원이네,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이며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걸 보면 우울해집니다. 어서 복직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딸을 보고 있으면 제가 무척 이기적으로 느껴집니다. 자식은 최소 3년을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한다는데 말이죠. 휴직 중인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서 수시로 우울해하는데 복직한 다음이 걱정됩니다.(대전 우울맘)

자식은 최소 3년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한다고요? 워워~ 잘못된 육아 상식을 갖고 계시네요. 생후 3년이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이고, 주 양육자의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엄마’만 3년 내내 ‘반드시’ 그것도 ‘끼고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긍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여성에게만 육아의 짐을 지우려는 음모이거나 실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제 주변만 둘러봐도 일하는 엄마가 생후 3년 내내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아이가 많습니다.

알다시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엄마 혼자서 양육의 책임을 떠안는 순간, 엄마도 아이도 가정도 사회도 모두 불행해집니다. 그러니 죄책감은 고양이에게나 던져버리고 남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온전히 아이와의 시간을 즐기세요. 아이 데리고 산책 나가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친구도 만나세요. 피곤한 일상이지만 아이 잠자는 시간을 틈타 친구랑 수다도 떨고 보고 싶은 드라마도 보세요. 혼자서 이유식 만드느라 낑낑대지 마시고, 남편이나 가족에게 이유식을 만들기 어려우니 함께 하자고 요청하세요.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은 장거리 마라톤과 같습니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 꾸준한 속도가 중요합니다.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면 장거리 경주를 끝까지 즐기지 못합니다. 페이스 조절도 필요하고, 든든한 지원군도 필요합니다. 남편, 양가 부모, 동네 친구, 그리고 가까운 보육기관 등 나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단단한 네트워크를 만드세요.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동년배 남교사들이 나보다 조금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생은 길게 봐야 합니다. 님이 복귀해서 열심히 하면 충분히 대외 활동이 가능합니다. 현재의 우울감은 남과 비교하는 마음과 미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책 <프레임>에서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들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그날의 기분과 행복감이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요. 최 교수는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보다 과거 자신과의 비교,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따위에 눈길 주지 마세요. 그것은 허세일 뿐, 감춰진 진실도 많아요. 그런 거짓말 따위에 우울해하지 말고, 앞으로 내가 아이와 함께 만들어갈 행복한 삶의 설계도를 그려봐요. 내가 꿈꾸는 삶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차근차근 적어보는 거예요. 저도 님의 지원군이 되겠습니다. 워킹맘, 파이팅!

양선아 <한겨레>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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