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내야 할 돈을 왜 내가 내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조사받으러 온 40대 여성이 수사관에게 되물었다. 그는 지난달 11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깃집인 ㅅ식당에서 고기와 술 등 13만원어치의 밥값을 내지 않고 무전취식을 한 혐의(사기)로 입건된 상태였다. 그는 “청담동 ㄹ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이 ‘근처에서 2차로 한잔 더 하자’고 해서 그 식당에 갔는데 남자가 갑자기 도망갔다”며 결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도곡동의 유명 주상복합아파트에 산다는 그에게서 밥값을 내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돌려보냈다.
이 음식점에서는 야간·새벽 시간대에 무전취식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주변 호텔 나이트클럽 세 곳의 손님들이 24시간 영업하는 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즉석만남을 한 남녀 손님들 가운데 한쪽이 고기와 술을 먹다가 갑자기 도망치는 ‘먹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식당의 한 종업원은 “먹튀 사건은 매달 한두 건씩 있고, 연말에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많다. 경찰서까지 가는 경우는 10건 중 1건 정도”라고 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도 이 식당에서 무전취식한 혐의로 여러 명이 입건됐다. 식당을 거쳐 모텔 등에서 하룻밤을 보내려고 시도하다 상대방이 거절하면 음식값도 내지 않고 도망치는 것 같다”고 했다.
식당 종업원들이 먹튀 예방에 나서기도 한다. 다른 직원은 “서빙을 하다가 일행 중 한 명이 출입구 쪽으로 나가면 남은 사람에게 ‘지금 상대방이 출입구로 가고 있는데 알고 있느냐’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