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늑장 출동을 하는 바람에 지난 12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흉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무조건 잘못한 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찰관들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지령과 주택 밀집 지역의 교통 문제, 업데이트하지 않은 장비 등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 ‘다른 사건을 동일 사건’ 오인…‘참극’ 못 막은 경찰의 늑장 출동)
경찰은 2012년 신고를 받고 출동해 엉뚱한 곳을 수색하는 사이 피해자가 13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오원춘 사건’ 뒤 일부 지방경찰청에서 도입한 112신고 표준화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경찰서의 상황실-파출소-순찰차에 지령이 일괄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신고자·주소·신고 내용과 함께 사건의 경중에 따라 숫자 코드가 부여된다. 신고자가 위치를 밝히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위치추적 기능도 갖췄다.
경찰청 112운영계 관계자는 14일 “신고 시스템을 표준화하면서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지도와 사건 내용이 문자로 뜨는 단말기를 도입했다. 출동할 때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길 안내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12일 밤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용산경찰서는 신고자의 다급한 2차 신고를 받기 전까지 관할 파출소에 추가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현장 경찰관들은 좀더 명확한 지령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름 밝히길 꺼린 서울의 한 파출소 팀장은 “‘코드 3’ 사건(경찰관이 출동할 필요 없이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신고)을 처리하다가 ‘코드 0’ 사건(피의자 도주 등 급박한 강력사건으로 위치를 특정해 출동하기 어려운 신고)이 뜬다고 바로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가 겹칠 때 지령실에서 상황 판단을 빨리해 지시해줘야 하는데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다른 파출소 팀장은 “한 사건에 신고자가 여러 명이면 각각 다른 사건으로 접수되기도 한다. 지령실에서 하나의 주소를 정리해 불러주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면 정확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순찰차에 보급되는 내비게이션 성능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재 경찰 내비게이션에는 △나의 사건 △관내 사건 △종결 사건을 구분한 뒤 각각의 사건 번호, 접수·지령 시간, 사건 유형(폭력 등), 관할 구역이 표시된다. 현장에서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 밀집 지역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내비게이션만으로는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한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도 현장 경찰관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경찰청은 현재 ‘수동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순찰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내년까지 원격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한 ‘태블릿’ 형태로 교체할 계획이다.
최우리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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