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와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 700t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새 선착장을 중심으로 카페,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이 집적된 이른바 ‘여의마루’ 개발안을 내놓았다.

오세훈 전임 시장 때의 한강르네상스 사업(2007년) 이후, 즉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나온 첫 한강 상업화 계획이다. 다만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요구하고 있는 1000t급 여객선 사업은 일단 불가능해졌다.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등은 24일 여의~이촌권역을 관광·수상교통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서울 지하철 여의나루역(5호선)에서 직선 200ｍ 지점의 한강 수변에 통합 선착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최대 700t급 선박까지 접안할 수 있는 규모로, 선착장 쪽은 여의나루역과 수륙간 환승 구실을 하는 보행 시설로 연결된다. 카페, 레스토랑, 상점, 공연장, 광장 등이 선착장 일대에 조성된다. 여의나루역에서 윤중로 측면을 따라서는 전시장, 스튜디오 등이 채워진 복합문화시설, 조망·휴식 기능의 소위 ‘테라스 가든’ 등이 들어선다.

정부와 서울시는 수상교통 수단도 추가하기로 했다. 시속 60㎞ 이상의 지하철 속도로 오가는 리버 버스(River Bus·고속 페리)와 여의도~홍대 주변을 순환하는 수륙양용 버스 두 가지다. 리버 버스는 2000~4000원 운임으로 여의도~잠실부터 시범 운행하는 방안이 구상 중이다. 오세훈 전 시장때 도입됐던 한강 수상택시는 이용률이 저조해 사실상 실패로 평가되나, 페리는 대중적이고 이용 시간대도 넓어 더 전망있다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수륙양용 버스는 인천시에서 이미 도입해 운행 중인데, 여의도~합정~홍대 일대를 ‘관광용’으로 순환운행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리버 버스, 수륙양용 버스 경우 2017년까지 391억원(민자 304억원), 여의마루 개발은 단계별로 2019년까지 2520억원(민자 115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8월 정부가 ‘한강 관광자원화 추진 방침’을 세우고 서울시와 티에프(TF)를 구성한지 1년 만에 성안됐다. 정부는 상업화 시설에, 서울시는 생태보존에 더 치중하면서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쪽의 1000t급 여객선 사업이나, 서울시의 신곡수중보 철거(전면개방) 의제는 수용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관광사업 권역을 여의도에서 이촌, 반포 등지로 확대하자는 정부의 요구를 서울시가 회피하며 이번 방안을 수용하는 모양새였다

지난달 박원순 시장은 “정부 지원이 크지 않은데 지나치게 상업적 개발을 요구해서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고까지 사석에서 말했다고 한다.

그간 한강을 활용한 관광사업화 대부분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의도 마리나, 반포 세빛섬, 수상택시, 전망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막혀 접근성이 낮은 가운데 생태보존, 치수 관리의 압박을 한편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여의지구는 유일하게 올림픽대로가 지나지 않고, 한강공원 중 이용객도 가장 많다. 검증을 많이 했고 발표된 내용도 경제성을 더 검증해가며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