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자녀를 나무젓가락도 못 쪼개는 ‘생활 바보’로 만들지 마세요”

등록 2015-08-14 19:11수정 2015-08-14 20:29

퇴임 앞둔 교사, 학부모에 ‘카톡편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해야”
“3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방학입니다. 메르스 휴교령으로 이렇게 바쁜 학기는 저도 30여년 만에 처음입니다. 고사리 같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느낌입니다.”

내년 정년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카카오톡 편지’를 보냈다. 지난달 말 이아무개 교사가 방학 시작에 맞춰 보낸 이 편지에는 “공부 강요하지 않기, 노는 시간 보장해주기, ‘생활바보’ 만들지 않기” 등 방학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해보자는 부탁 내용이 담겼다.

이 교사는 편지에서 “강요하는 공부가 아닌 아동 스스로 공부의 양과 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선택해야 책임도 같이 지게 됩니다”라고 썼다. 이어 “지금부터 달려서 이미 지친 아동보다 충분히 놀고 학교에 오는 아동이 더욱 적극적”이라며 “공부한 만큼 노는 시간도 보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교사는 “컵라면 나무젓가락을 스스로 쪼개 쓰지 못하고 (남이 해줄 때까지) 바라만 보는 아이들도 있다”며 아이들을 ‘생활바보’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부모님들이 알아서 잘해주셔서 점점 생활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되어갑니다. 방학숙제에 일주일에 한 번씩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가 들어 있습니다. 생활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 교사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반 수업 내용이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나무젓가락을 스스로 쪼개지 못하고 컵라면 국물을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늘 부모가 챙겨주다 보니 ‘나는 지금 뭐 해야 하느냐’고 엄마한테 묻는 아이도 많다. 학습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고 일치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체험’ 숙제를 내주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학기 중에도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아빠와 1만원으로 장보고 엄마 식사 대접하기, 땀 한방울 떨어질 때까지 청소하기, 팔씨름·오목 해보기 등의 숙제를 내준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