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내려받으면 아기천사들 쑥쑥!” 정미선씨
“노래 내려받으면 아기천사들 쑥쑥!“
“♪깜찍 아가 대한이가 꼭 꼭 꼭 꼭 필요한 것 ‘뭘까?’♩ 새하얗고 깨끗한 깜찍한 요 기저귀 ‘아하!’…응가쉬야 대한이가 건강하게 자라라고 한두 장도 (쪼아~!) 세네 장도 (쪼아~!) 기저귀 선물 ♬”()
대한사회복지회(회장 이승환)가 ‘작은 나눔으로 시작하는 아기사랑 캠페인’의 하나로 네이버와 손잡고 벌이고 있는 ‘내리사랑’이벤트의 캠페인노래 <기저귀송>의 일부다. 노래를 내려받으면 한 곡당 200원씩 적립해 보호시설 아기들의 기저귀와 분유를 마련하는 이벤트다.
<기저귀송>과 <분유송>의 노랫말을 쓰고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은 전문 작사가도, 가수도 아닌 대학생 자원봉사자 정미선(24)씨.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4학년인 그가 지난 2월 대한사회복지회의 ‘청소년 직장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보호시설에서 자라야하는 아기들의 딱한 사정을 들었던 게 그 계기가 됐다. “전문 가수도 아닌데 제가 부른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무척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지내면서도 이곳 자원봉사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부족한 실력이나마 열심히 노래를 불렀어요.”
직접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정씨가 기저귀·분유에 관한 노래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겨울 장애영아원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 덕분이다. 그는 이곳에서 2주 동안 중증 장애아들의 엄마가 되어 기저귀를 갈아주고, 더러워지면 씻겨주는 봉사를 했다. “기저귀를 갈아주면 아기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하늘로 두 다리를 치켜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까르르 웃는 모습이 여간 예쁘지 않거든요.” 이때의 경험을 살려 그는 노랫말 속 아기 ‘대한이’가 됐다.
현재 대한사회복지회 산하 16개 기관에는 세상 빛을 본 지 5일 만에 빛을 잃게 된 지우와, 머리 한쪽에 생긴 혈종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혁필이 등 미혼모가 낳은 1천여명의 아기 천사들이 자라고 있다. 이 아기들에게는 매일 평균 7장의 기저귀와 분유 5병, 곧 연간 50만개의 기저귀와 1만4400여 통의 분유가 필요하다.
“얼마나 어려운 사정이면 이런 핏덩이를 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요. 아기들에게 필요한 건 꼭 품어주는 사랑인 것 같아요. 직접 안아줄 순 없지만 한 번 클릭으로 아기들에게 뽀송뽀송한 기저귀 한 장, 따끈한 분유 한 통 선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직장체험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정씨는 지금도 수업이 없는 수·금요일 두차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빨간날’에도 빠짐없이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친구들은 “그러니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며 놀리기도 한다. “처음엔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내가 저들의 입장이었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돌보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봉사를 하다보면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나 신바람이 나요”라며 정씨는 활짝 웃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제공 대한사회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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