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에는 수사 단서를 확보하려는 경찰이 미국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거짓 이메일을 백악관에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백악관 홈페이지(누리집)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린 사람이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는 리퍼트 대사를 살해하겠다는 글을 백악관 누리집에 올린 혐의(형법의 외국사절협박)로 이아무개(33)씨를 지난 16일 구속해 24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집에서 백악관 누리집에 접속해 “리퍼트 대사를 핵을 이용해 살해하겠다.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등의 협박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익명으로 쓴 협박 글을 캡처해 미국 이미지 공유 커뮤니티에도 올렸다. 영문으로 쓴 글에는 구체적인 협박 이유나 동기는 없었다.
경찰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수사 의뢰를 받고 아이피 추적으로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2009년 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구직 실패로 일정한 직업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인터넷을 하며 보냈다. 자신의 블로그에 군에 가지 않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대졸자 취업 문제 등으로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써왔다”고 했다. 또 “배후나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 범죄 실행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인증샷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자신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내줬다.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인데, 미국대사관 쪽이 이씨의 처벌을 요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 3월 리퍼트 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씨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불구속 기소로 처벌할 수 있는 다소 황당한 사건으로 구속까지 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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