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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리핀 가서 조폭 두목 검거…드라마 같은 ‘해외 합동작전’

등록 2015-07-08 19:58수정 2015-07-08 21:42

‘봉천동식구파’ 2명 붙잡기까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범죄자들의 국외 도피처로 안성맞춤이다. 교민들도 많이 살아 현지에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다. 이런 까닭에 현재 경찰이 추적중인 국외 도피자 가운데 필리핀으로 도망친 이들만 486명에 이른다.

문제는 검거다. 우방이긴 하지만 ‘사법주권’까지 내주지는 않는다. 속이 타는 수사기관은 범인이 도망친 나라에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거나 인터폴을 통해 수배하기도 하지만, 해당 국가의 수사기관은 자국에서 벌어진 범죄가 아니다 보니 검거를 위한 적극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은 필리핀으로 도망친 조직폭력배를 한국 경찰과 필리핀 이민청(출입국관리소)이 합동작전을 벌여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 경찰이 외국 현지에서 직접 검거작전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경찰, 현지 이민청에 공조 제안
통화 추적 등 첩보전 이어져
수사망 좁혀오자 두목 자수
부두목은 은신처 덮쳐 붙잡아
“한국경찰, 현지 검거는 처음”

서울 봉천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봉천동 식구파’ 두목 양아무개(49)씨와 부두목 민아무개(45)씨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10월 필리핀으로 도망쳤다. 이들은 인터폴 적색수배(범죄인 인도를 위한 강력범죄자 수배) 상태에서도 한국에서 가져간 돈으로 필리핀에서 여유로운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직접 잡아오기 위해 지난 4월23일 김병주 경찰청 외사수사과 인터폴 계장 등 2명을 필리핀 현지로 보냈다. 필리핀 이민청장을 설득해 합동검거 작전을 성사시킨 경찰은, 곧바로 양씨 등이 국내 지인들과 주고받은 통화내역 조사에 들어갔다. 필리핀 경찰주재관(외교부 영사 신분의 한국 경찰)과 코리안데스크(필리핀 경찰기관에 파견된 한국 경찰)는 양씨 등에 대한 첩보를 모았고, 이어진 추적은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과 필리핀 이민청이 맡았다.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양씨는 경찰 추적 두달 남짓 만인 지난달 30일 현지에서 자수해 이튿날 추방 형식으로 국내로 송환됐다.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세부에서 100㎞ 떨어진 레이테섬의 한 골프장에 은신해 있던 민씨는 한국-필리핀 합동 추적팀에 지난 2일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추적은 같이했지만, 검거 당시에는 사법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한국 경찰이 직접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은 “필리핀은 통신수사가 어렵고 경찰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필리핀 경찰의 조처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한인사회도 이번 합동검거 작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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