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27년간 격무 시달리다 재충전한다며 갔는데…”

등록 2015-07-02 20:02수정 2015-07-02 21:30

<b>사고 현장</b> 2일 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다리 아래에 전날 추락한 버스의 잔해가 널려 있다. 1일 중국 연수를 떠난 행정자치부 소속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생을 태운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해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기사 등 11명이 숨졌다. 지안/신화 연합뉴스
사고 현장 2일 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다리 아래에 전날 추락한 버스의 잔해가 널려 있다. 1일 중국 연수를 떠난 행정자치부 소속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생을 태운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해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기사 등 11명이 숨졌다. 지안/신화 연합뉴스
경기·부산 등 8개 시·도 9명 희생
비보 접한 가족·지자체 비탄
“격무에 시달리다 재충전한다며 교육을 갔는데…”

1일 오후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숨진 인천 서구청 소속 한아무개(55) 과장의 부인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자원해서 교육에 참여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 둘째 아들이 서울시 소방공무원에 합격한 소식도 못 듣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과장은 컴퓨터가 보급되기 이전인 1985년 필경사로 시작해 공직 생활 27년 만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늦깎이 공무원으로, 최근 아들이 소방 공무원에 합격한 사실도 모른 채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버스 추락 사고로 서울·경기·인천·광주·부산·제주 등 전국 8개 시·도의 사무관(5급) 9명이 숨지자 가족과 동료를 잃은 이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제주도청 조아무개(54) 사무관의 비보를 전해들은 조 사무관의 어머니(87)는 몸져 누웠고, 부인 (54)과 아들(27), 딸(24)은 눈물만 떨궜다. 부인은 “남편이 중국으로 떠난 뒤에도 계속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안부의 말을 전해왔다”며 오열했다.

1980년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0여년 만에 5급으로 승진한 뒤 경기 고양시에서 동장으로 근무해온 한아무개(54) 사무관은 아내도 동장인 부부 공무원이다. 한 동장의 동료들은 “지난달 결혼한 딸이 아이를 가져 곧 할아버지가 된다고 좋아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숨진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슬픔과 충격도 컸다. 동료 공무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믿을 수 없다. 오보이길…”, “늘 힘이 돼 주셨던 분인데…”, “너무너무 좋은 분이고 열심히 근무하셨는데…”라는 글을 올리며 애통해했다. 이들의 안타까움이 큰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긴 시간 노력 끝에 ‘지방행정의 꽃’이라 할 사무관에 오른데다, 평소 동료와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받은 춘천시 이아무개(55) 과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마치고 방송통신고를 졸업한 뒤 21살인 1980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공직 생활 중 방송통신대를 졸업했고 32년 만인 2012년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한 동료 공무원은 “이 과장은 업무 성과가 나오면 늘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공직 생활 28년 만에 5급으로 승진한 광주광역시 김아무개(55) 사무관은 “내가 연수를 가야 공업직 후배 공무원들이 사무관 승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이번에 교육을 자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배 공무원은 “그가 수돗물 값이 많이 드는 광주시청 앞 분수대를 없애고 빗물 저류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아이디어 뱅크인 그가 왜 이리도 빨리 가야 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89년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지난해 7월 5급으로 승진한 김아무개 (56) 부산시 사무관은 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큰딸(현재 고3)을 3년 동안 승용차로 태우러 가는 등 자상한 아빠였다고 한다. 그는 부산 북구의 노인시설에서 동료 10여명과 함께 점심 급식을 돕는 등 선행과 청렴한 생활로 2005년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는 청백봉사상도 받았다. 10년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고 사는 동네도 같은 부산시 김아무개 사무관은 “지난해 7월 사무관에 승진한 5명과 함께 연수를 받으면서 자취방에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고인이 주방장을 맡았다. 3주 전 주말에 자주 가는 목욕탕에서 본 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홍용덕 기자, 전국종합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