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돌 한글날을 앞둔 7일 한글학회가 2005년도 두 번째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으로 뽑은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미용실 <머리에 봄>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잔디밭에 붙어 있는 이해하기조차 힘든 말로 된 펼침막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우리말의 올바른 쓰임새를 일깨워주고 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잔디 보식 활착…깔끔 한녹차…찌게…
일상속 우리말글 훼손 “해도 너무해”
일상속 우리말글 훼손 “해도 너무해”
“잔디 보식 후 활착을 위하여 출입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내걸린 펼침막에 적혀 있는 말이다. “잔디를 더 심었으니 뿌리가 내릴 때까지 밟지마세요”라는 말을 일부러 어렵게 쓰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쉬운 우리말을 두고 어려운 한자말이나 로마자, 일본말투 표현을 쓰거나 맞춤법·띄어쓰기에 어긋나는 한글 오·남용 사례가 누리꾼들과 한겨레 사진부의 카메라에 ‘딱’ 걸렸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겨레>가 인터넷 유명 디지털카메라 동호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와 함께 벌인 ‘잘못된 우리말 찾기’ 행사에서 누리꾼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의 우리말 훼손 사례를 날카롭게 잡아냈다.
누리꾼 ‘쿠스토’는 ‘동태찌개·김치찌게·된장찌게·순두부찌게·육계장’이라고 쓰인 음식점 간판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가운데 제대로 쓴 것은 동태찌개뿐이다. ‘왠일이니’라는 이름의 술집 간판을 찍은 누리꾼 ‘그레이마니아’는 “‘왠’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며, ‘왠’은 ‘왜 그런지’를 줄인 ‘왠지’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웬’으로 쓴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누구나 알만 한 유명업체도 녹차 포장지에는 띄어쓰기 잘못을 했다. ‘찬물에 간편하게 즐기는 깔끔 한녹차’라는 글귀를 찍어 올린 누리꾼은 “혹시 깔끔 寒녹차? 그런 궁색한 변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이 밖에도 ‘트레일러’를 ‘추레라’로 쓴 운전학원 펼침막, ‘물건적치’란 한자말을 쓴 구청 안내판 등도 한글 사랑이 부족한 표현들로 꼽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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