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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악관에도 서울광장에도 ‘무지개’…활짝 웃은 퀴어들

등록 2015-06-28 20:10수정 2015-06-28 21:31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마지막날인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마지막날인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 몰려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날”
리퍼트 미대사도 참석해 눈길
보수 개신교단체는 맞불 집회
태극기 흔들며 “동성애 반대”
서울 도심에도 ‘무지개’가 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소식에, 28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폐막식은 흥이 넘쳤다.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참여한 이 행사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등 13개 나라 외교관들도 참석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단체 회원 수천명은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로 나라가 망한다”며 하루 종일 반대 집회를 열었고, 그중 일부는 메인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를 가로막으며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축제에 참가한 시민 1만여명(경찰 추산 7000명)은 오전부터 행사장인 서울광장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거나 잔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등 흥겨운 모습이었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 대학로에서 처음 열렸고,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축제 슬로건은 지난해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에 이어 올해는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다.

게이라고 밝힌 임아무개(24)씨는 “오늘은 우리가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어서 3년 전부터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를 응원하는 등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바뀌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필리핀인 파트너와 왔다는 여아무개(42)씨는 ‘우리는 신혼부부입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다녀 눈길을 끌었다. 여씨는 “지난달 결혼했는데 인정을 못 받아 영주권이 나오질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굉장히 설렜는데,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무지개 부채와 깃발을 흔들었다.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보라 여섯 가지 색깔은 성소수자들이 내세우는 다양성의 상징으로 쓰여왔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란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보라 여섯 가지 색깔의 커다란 천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란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보라 여섯 가지 색깔의 커다란 천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행사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등 13개 나라 외교관들과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 간부 등도 참여했다. 리퍼트 미국대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을 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를 만났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가 ‘당신 부부가 공개결혼을 한 것을 알고 있다.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동성결혼이 법제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로 2년째 축제에 참가한다는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구글은 성소수자들을 지원해왔다. 다른 기업들도 성소수자 인권과 다양성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5시부터는 메인 행사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퇴계로~소공로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는 2.6㎞를 행진했다.

퀴어문화축제와 퍼레이드에 거세게 반대해온 보수 개신교단체 회원 9000여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혐오 선동’에 나섰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북을 치거나 울부짖으며 기도를 했다. ‘피땀 흘려 세운 나라 동성애로 무너진다’ ‘성소수자, 다수 인권 박탈자?’ 등의 문구를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백아무개(65)씨는 “하나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끼리 결혼하면 하나님이 진노할 것이다. 혈맹인 미국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반대자들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발레 공연도 했다.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직후 ‘쾌유 부채춤’을 춘 개신교단체도 동성애 반대 집회에 나섰지만, 정작 리퍼트 대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대조를 보였다.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에 어른 키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하고 경찰 5100여명을 배치해 양쪽의 충돌을 대비했다.

오승훈 박태우 최우리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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