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호스피스단체 ‘동행’ 문 닫을 위기
김인선 호스피스 자원봉사단체 ‘동행’(Mitgehen) 대표
김인선 대표 사비로 만든 단체
재정 부족 시달리다 최근 파산 신청
새달까지 임대료 등 1억여원 구해야
치켜세우던 정부·기업은 “나 몰라라”
“한국말만 하는 할머니 누가 돌보나” 파독 간호사인 김 대표가 10년 전 사비를 들여 만든 이 단체는 파독 간호사·광부의 편안한 임종을 돕기 위한 단체다. 1960~7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 7900여명과 간호사 1만1000여명 중 7000여명이 아직 독일에 살고 있다. 동행은 한인뿐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등 동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임종도 돌본다. 동행의 도움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는 이들은 한 해 60~70명이다. 김 대표는 “몸 상태가 안 좋은 분들을 모실 호스피스 병상을 갖춘 새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달 5일 독일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임대료와 운영비 10만유로(1억2500만원)를 구해야 한다. 그는 “못 구하면 이대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한 달 2000유로(250만원) 정도인 운영비는 그간 김 대표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해결했다. “이제는 한계”를 맞았다고 했다. 고국에서는 그간 김 대표의 활동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지원에는 인색했다. 김 대표는 2010~2011년 외교통상부 장관상과 삼성문화재단의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 <한국방송>(KBS) 해외동포상을 받았다. 이달 말 <한국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인 광복 70주년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체가 어려워지자 정부와 기업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를 보고 한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하는데 정작 관심이 없네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독일에 왔을 때 교민의 하소연을 듣고 ‘노력하겠다’고 하셨는데…. 아버지와 관계돼 있어 더 조심스러운가…. 소식이 없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파독 간호사·광부의 임금을 담보로 1억5900만마르크(3500만달러)의 차관을 독일로부터 빌려 쓸 수 있었다. 파독 광부가 등장하는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지난 1월, 박 대통령은 파독 간호사·광부 등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독일 순방 때도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파독 간호사·광부들과 그 2세들을 만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지난 18일 “‘동행’에는 2011~2014년 해마다 2000만~3000만원씩을 호스피스 사업비 명목으로 지원했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행에 회비를 내는 이들은 150여명인데, 이 가운데 한인은 50명 정도다. 김 대표는 “평생을 어렵게 산 광부, 간호사, 교민에게만 도움을 청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 사는 진짜 모습은 영화 <국제시장>에도 나오지 않아요. 평생 한국을 그리워하고 살다 결국 미움까지 생긴 사람들입니다. 파독 간호사였던 한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자 30년 넘게 쓰던 독일어를 까먹었어요. 그러더니 한국말만 하고, 한국 음식을 찾아요. 그 할머니를 독일 사람이 어떻게 돌보나요. 이분들이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이들을 위해서 앞으로 10년간 할 일이 정말 많아요.”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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