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 동호회 40대 회원 붙잡혀
“연습은 했지만 유리창 쏜적 없다”
경찰, 새총 카페도 수사할 계획
“연습은 했지만 유리창 쏜적 없다”
경찰, 새총 카페도 수사할 계획
동네 아파트 유리창에 쇠구슬을 쏜 혐의로 인터넷 ‘새총 카페’의 40대 회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새총으로 지름 8㎜ 쇠구슬을 쏴 아파트 여덟 가구의 유리창 900여만원어치를 깬 혐의(폭력행위처벌법의 흉기 등 재물손괴)로 정아무개(47)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정씨의 사무실과 차에서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새총 다섯 자루와 고무줄 81개, 쇠구슬 3600여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유리창 파손 형태에 따른 발사 각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사건 발생 2주 뒤 아파트에서 70m 떨어진 곳을 발사 장소로 추정했다. 이곳에는 새총 사격 목표물로 이용된 막걸리통이 나무에 묶여 있었다. 경찰은 주변 72곳의 시시티브이(CCTV) 녹화영상을 돌려본 뒤 사건 발생 한 시간 전 정씨가 막걸리통이 든 것으로 보이는 검은 봉지를 들고 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막걸리통에서 정씨 지문을 확보한 경찰은 지난 10일 그를 체포했다.
정씨는 새총 발사 연습은 했지만 유리창을 조준해 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동훈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격 각도상 막걸리통을 겨냥한 쇠구슬이 빗나가 유리창을 맞혔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현장에 정씨와 함께 있었던 김아무개(43)씨와 정씨가 속한 새총 카페도 수사할 계획이다.
새총 동호회원들은 새총이 흉기로 인식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회원은 “비비탄이나 쇠구슬을 많이 쓰는데, 일부러 유리창을 향해 쐈다면 그건 범죄다. 우리는 사람 없는 공터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쏜다”고 했다. 김진일 한국새총연구회 회장은 “새총은 목표물을 맞히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고무줄을 당기며 근육을 단련하는 전통운동으로 외국에서도 많이 하는 스포츠”라고 했다. 그는 “힘과 고무줄 장력에 따라 45도 각도로 쏘면 최장 450m까지 쏠 수 있다. 분풀이나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무분별하게 쏘아선 안 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