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험은 ‘자기신체’만 대상
동호회 회원·수리점 주인과 짜고
“차와 부딪혀” 보험금 타려다 들통
동호회 회원·수리점 주인과 짜고
“차와 부딪혀” 보험금 타려다 들통
실수로 망가뜨린 값비싼 외국산 자전거의 수리비를 받아내려고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속여 자동차보험 보상금을 타내려던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자전거보험으로는 수리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한계와 자전거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보험사기로 이어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실수로 파손한 자전거를 자동차와 접촉사고가 나 부서진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혐의(사기)로 김아무개(46)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4월 중순께 자전거동호회 회원들과 경기도 남양주의 도로를 달리다 넘어져 자신의 2000여만원짜리 이탈리아제 자전거 ‘데로사 킹3’을 망가뜨렸다.
그는 자전거 수리비를 타내기 위해 자전거가 자동차와 부딪쳐 망가진 것처럼 꾸몄다. 김씨는 자전거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자신의 차량이 자전거동호회 회원인 강아무개(58)씨의 자전거와 접촉사고를 냈다며 자전거 수리비 1400여만원과 합의금 등 1500여만원을 지난달 1일 보험사에 청구했다. 자전거 수리비 견적은 수리점을 운영하는 조아무개(65)씨가 냈다. 그러나 이들이 사고 장소를 서로 다르게 말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조작 혐의가 드러났다.
김씨는 자전거보험 상품에 가입했으나 수리비를 못 받게 되자 일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의 자전거는 약 100만원이면 수리할 수 있었다. 범행을 통해 김씨는 자전거 부품 값, 강씨는 합의금, 조씨는 공임을 챙기겠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자전거보험은 자기신체사고는 보상받을 수 있지만, 자차·대인·대물 보상은 못 받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는 자동차와는 달리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고가 자전거가 늘면서 자기가 파손해 놓고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신체사고만 보상하고 있다”고 했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1만원대 보험료가 대부분인 자전거보험 가입 건수는 2010년 1만7000여건에서 2014년 3200여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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