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의 한 커피숍 바리스타인 양아무개(32)씨는 하루에도 수십명씩 손님을 마주 보고 주문을 받지만 마스크는 쓰지 못한다. “빨대를 만지고 때로는 손님의 침도 튀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젊으니까 괜찮겠지’ 하며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자고 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늘고 있지만, 서비스업종 노동자들은 ‘마스크 행렬’ 동참을 엄두도 내기 어렵다. ‘미소’를 가리고, 손님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상담창구에서 일하는 정아무개(31)씨는 8일 “은행은 항상 밝은 미소로 고객을 응대하라고 강조한다. 표정 관리를 해야 하니 메르스 감염이 걱정돼도 마스크를 쓸 수는 없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민원상담을 하는 공무원 정아무개(26)씨도 “주민들과 마주 앉아 계속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을 가릴 수가 없다. 불안하긴 하지만 일에 집중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미용실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쓴 손님들은 눈에 띄지만, 헤어디자이너와 보조 미용사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서울 구로구의 한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는 “손님과의 신뢰가 중요한데 마스크를 쓰면 누가 머리를 맡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거리에서 일하는 이들도 마스크를 꺼린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홍보전단지를 나눠주던 이아무개(48)씨는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얼굴을 가리고 다가가면 학생들이 전단지를 받지 않을까봐 맨얼굴로 일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비스직 노동자들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정도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권고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을 통함 감염이 많은 만큼 지역사회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엔 최대한 예방책을 따르는 게 좋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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