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병원이라며 공개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평택성모병원의 병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휴원에 들어갔다. 주변 약국들도 함께 휴업했다. 평택/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메르스 환자들이 거쳐간 대형병원들이 응급센터 폐쇄, 의료진 격리, 환자 줄퇴원 등 날벼락을 맞고 있다. 서울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건국대병원 응급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일부 폐쇄되자, 8일 메르스에 아직 노출되지 않은 서울의 다른 대형병원 응급센터들은 호흡기질환자 방문에 대비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특히 메르스에 직간접으로 노출된 의료진 수십명이 한꺼번에 격리되면 진료 차질마저 불가피해 외부인 출입을 몇 겹으로 통제하고 있다.
■ 초긴장 대형병원
서울대병원은 직원들은 물론 건물 밖 주차요원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근무했다. 하루 수백명씩 드나들던 응급실 통제는 특히 심했다. 가이드라인을 치고 보안요원이 일일이 출입자를 점검했고,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에게만 출입증을 내줬다. 한 보안요원은 “기존에도 ‘환자당 보호자 1명’ 원칙은 있었지만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했는데, 오전에 철저히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고려대병원 응급실도 비슷했다. 응급실 밖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을 방문했는지와 발열 상태, 호흡기질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응급환자들을 들여보냈다. 보안요원은 환자 1인당 보호자 1명으로 출입을 제한했다. 평소와 달리 119구급대원들도 응급실 안이 아닌 바깥에서 환자를 인계해야 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취재진이 응급실에 접근하자 마스크를 쓴 보안요원이 “무슨 일로 왔느냐”며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였다. 이 병원은 응급실 밖에 텐트를 치고 열이 나거나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따로 진료하는데, 텐트 접근은 철저히 차단됐다.
■ 응급실 어떻기에
전문가들은 상급 종합병원(‘빅5’ 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쏠리는 ‘한국적 특성’이 병원 내 호흡기질환 감염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빅5에 드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만 8일 오후까지 3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12년까지 응급의학과장을 지낸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재직 시절 하루 200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대부분 진짜 응급환자라기보다는 입원 대기를 하려는 만성질환자들이다. 보통 이틀까지 체류하다 병동으로 올라가는데,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까지 나와 있고, 모든 과 의료진이 섞여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송 센터장은 “질환에 따라 응급실 구획을 나눌 필요가 있다. 외국은 외상·감염·심혈관 질환 등으로 환자별 출입구를 달리하기도 한다”고 했다.
임승관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는 “유명 대형병원 응급실의 특징은 ‘밀고 들어가서 며칠 기다린다’이다. 2~3일씩 기다리다 지쳐서 다시 지역병원으로 내려오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응급실 환자와 보호자들의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격리실이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응급실로 오니 그들을 모두 격리실에 수용한다는 것은 미국 메디컬드라마에나 나오는 달나라 얘기다. 지금 의료수가를 유지하면서 1인실 위주로 응급실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채윤태 한일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병실 문병 오듯 응급실로 가족과 친척이 문병을 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문안 자체가 병원 내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감염학회 차원에서 ‘호흡기질환자 선제 격리’가 가능한 응급실 리모델링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곽영호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이사는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응급환자보다 암 환자가 응급실을 거쳐 오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응급실이 진짜 응급환자들을 위한 곳이 되려면 수익과 관계없이 운영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특정 병원 쏠림 현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승 박태우 오승훈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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