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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 주말 덮친 메르스 공포…‘감염 의사’ 들렀던 곳 ‘직격탄’

등록 2015-06-05 19:51수정 2015-06-06 09:13

<b>마스크 쓴 채 농구</b>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농구장에서 5일 오후 휴교와 학원 휴업으로 시간이 난 초등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농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마스크 쓴 채 농구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농구장에서 5일 오후 휴교와 학원 휴업으로 시간이 난 초등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농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방역망 뚫려 ‘제2평택 되나’ 뒤숭숭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대규모 인원이 참석한 실내 행사에 참석하고 서울 강남 일대를 이틀간 돌아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의 ‘동선’을 중심으로 ‘패닉’ 수준의 메르스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의사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보이는 14번째 확진환자가 경기 평택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남부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자 아예 집 밖 출입을 않는 ‘자발적 자가격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5일 메르스 감염 의사가 거주한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세곡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박아무개(45)씨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사러 약국에 가는 길이다. 메르스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동네 사람이 감염됐다는 얘길 듣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며 “언론은 왜 병원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거냐”고 했다. 마스크를 하고 아파트를 나서던 한 주부는 “오전에 인터넷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린이집에 간 아들을 지금 데리러 가는데, 당분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가 느는데 정부는 도대체 뭘 하느냐”고 했다. 다른 주부는 “기저귀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마트에 배달 주문이 밀려서 배달도 어렵다고 하더라. 아이를 키우는데 집 밖에 나오는 게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메르스 감염 의사 참석’ 조합총회 참석자들 거주지
‘메르스 감염 의사 참석’ 조합총회 참석자들 거주지
메르스 감염 의사가 지난달 30일 저녁식사를 했다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도 메르스 불안감으로 술렁였다. 의사가 식사를 했다는 음식점은 ‘매장 위생관리를 위해 당일 휴업을 한다’는 내용의 알림판을 내건 채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 음식점이 있는 ㅇ백화점 관계자는 “내부 소독 작업을 하느라 오늘부터 문을 닫은 걸로 안다. 상황을 보고 재개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거리·지하철·버스정류장 마스크 늘어
공포에 떠는 강남 엄마들
“당분간 아이 어린이집 안보낼 생각”

가든파이브 입주 업체들 한숨
“정부 대응 미숙으로 우리가 피해”
재개발총회 열린 곳 건물 전체 소독

일부 주민들 “증세 없어도 자가 격리”
서울시·강남구 주말행사 전면 취소

영화를 보러 가든파이브에 들렀다는 한 시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인터넷을 보고 이제서야 알았다. 지금 여자친구에게 다른 약속 장소로 오라고 말하려고 한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가족과 함께 가든파이브를 찾은 정아무개(53)씨는 “오랜만에 가족끼리 점심을 먹으러 나왔는데 망쳤다. 배달음식도 못 미더워 얼른 장을 봐서 집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업체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곳인데 악재가 겹쳤다며 답답해했다. 한 음식점 업주는 “임대료는 비싼데 손님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정말 큰일이다. 그 의사도 자기 몸이 이상하면 집에 가만히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커피숍 사장 이아무개씨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같은 서민들이다. 당장 휴일인 내일 손님이 더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 입주 업체 직원 윤아무개(32)씨는 “원래 가든파이브는 사람이 없어서 파리만 날린다고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이젠 파리도 안 올 거 같다”며 씁쓸해했다.

메르스 감염 의사가 아파트 재개발조합 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양재동 엘타워는 5일 아침부터 건물 전체를 소독했지만 밀려드는 예약취소 전화에 난감해했다. 엘타워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이제라도 정부가 정보를 공개해 시민들이 스스로 대처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사가 병원에 격리되기 전인 지난달 31일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곡동 내 패스트푸드점 등 외식업소들도 ‘유탄’을 맞았다. 한 패스트푸드점의 김아무개 실장은 “오전부터 본사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다. 그 의사가 여기를 자주 오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답답해했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의 한 점원은 “오전에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점포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 상권이 아직 형성이 잘 안돼서 매상도 잘 안 오르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14번째 메르스 확진환자와 메르스 감염 의사의 동선이 겹치는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주변 주민들은 아무 증세가 없지만 알아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원동 주민 이아무개(59)씨는 “아무 증세가 없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주변 지인들 중에도 스스로를 ‘반감금’한 경우가 많다. 우리 나이대가 메르스에 제일 취약하다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여름휴가를 앞당겨 떠나거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황아무개(41)씨는 “불안한 마음에 원래 8월초로 잡혀 있던 여름휴가를 다음주로 앞당겼다. 메르스로부터 안전하다고 하는 지역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 있을 계획”이라고 했다. 직장인 최아무개(37)씨는 “불안했는지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가지 말자’고 해서 주말로 예정된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다. 집 안에만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메르스 확산에 따라 서울시는 7일 세종로와 강변북로 일대에서 열 예정이던 ‘하이서울 자전거대행진’ 행사와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했던 ‘희망나눔장터’를 취소했다. 강남구 역시 관내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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