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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치동’ 사교육 광풍도 메르스 공포에 두손 들어

등록 2015-06-04 19:42수정 2015-06-05 05:12

메르스 비상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난리”
학교 이어 학원들 속속 휴강
다른 지역서도 휴교요청 쇄도
경찰, 루머유포자 수사 착수
교육열이 가장 뜨겁다는 서울 대치동에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다른 지역 학부모들에게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없어 학부모들과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4일 오후 학원들이 밀집한 대치동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하교한 학생들이 몰릴 시간인데도, 이날부터 이틀간 대치초 등 초등학교 3곳이 휴업(휴교)하고 덩달아 대형 학원들도 휴강을 한 탓이다. 대치동의 ‘교육열’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은 전날 ‘대치동에 사는 자가격리 의심 환자가 골프장에 갔다’는 사실이 급속히 퍼지면서부터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딸을 둔 이아무개(42)씨는 “엄마들이 가입한 단체 채팅방에 난리가 났다”고 했다.

보건당국이 대치동에는 확진 환자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공포와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날개를 단 소문은 과장과 허위까지 덧대어져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특정 학원에서 메르스 확진 학생이 나왔다, 어떤 학생을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데려갔다, 확진자들의 주치의가 대부분 어느 동에 산다는 얘기 등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심리적 공황을 부추겼다.

휴교한 학교 3곳은 ‘자체 결정’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했다. 휴교에 들어간 한 학교의 교장은 “학부모들이 아침 8시쯤부터 ‘이대로 두면 어떻게 하느냐’고 계속 전화를 하고, 저학년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휴강 요구에 대형 학원 대부분이 주말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500명이 다닌다는 ㅇ학원 관계자는 “어제 오후 출근하자마자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져 휴강을 결정했다”고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다니는 것으로 지목된 학원은 허위사실을 퍼뜨린 이들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까지 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에다, 지역 특성상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믿음까지 더해져 학부모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학 1·3학년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엄마들이 교육청에 당장 휴교령을 내리라고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휴교에 난색을 보이던 일부 초등학교 교장들은 ‘발병하면 책임질 거냐’는 학부모들의 고성에 맞닥뜨리거나, 수백통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다른 곳에서도 휴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학부모들이 카톡방에 떠도는 정보들을 주고받으면서 학교에 계속 문의해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도 휴교를 하는데 왜 학원은 안 하느냐’는 식의 문의가 많다. 특히 유아 학원 쪽 부모들의 걱정이 큰 것 같다”고 했다.

휴교에 반대하는 보건복지부와, 결정을 학교장에게 맡긴 교육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일선 학교에선 혼선과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 상황에서 휴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학부모들의 불안까지 학교가 거둘 수는 없으니 (정부의) 일관된 지침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김규남 최우리 이수범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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