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2명이 사망한 2일 오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가 메르스 예방을 위해 휴업에 돌입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환자 발생 지역 시민들 공포 번져
강동 한 병원 주변 학부모들
“영유아 이용하지 않도록 안내를”
“유치원 휴원 안 하나” 문의 빗발
병원 방문 꺼리며 예약 취소도
강동 한 병원 주변 학부모들
“영유아 이용하지 않도록 안내를”
“유치원 휴원 안 하나” 문의 빗발
병원 방문 꺼리며 예약 취소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마저 확인되자 사회 전반에 ‘공포의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줄고, 전국 유치원 58곳, 초등학교 80곳, 중학교 8곳, 고등학교·대학교·특수학교 각 1곳 등 모두 149개 학교가 3일부터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메르스 첫 사망자가 입원했던 병원 소재지 등의 공사립 유치원 16곳, 초등학교 59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1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84곳이 3~5일 휴업한다고 2일 밝혔다.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휴업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한 초등학교는 이날 먼저 휴업에 들어갔다. 이 학교 관계자 1명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있는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메르스 첫 사망자가 이 지역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별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휴업 판단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로 수학여행을 올 예정이었던 울산지역 초등학교 7곳도 일정을 취소했다. 제주도교육청은 경기지역 수학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충북도교육청은 “한 학교 관계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의 병문안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돼 지역 초등학교 5곳이 3~5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메르스 공포 연쇄반응은 서울로 옮겨붙었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이 지역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고, 의료진도 확진 판정을 받거나 격리 조처된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삽시간에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폭발했다. 앞서 이 지역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메르스 감염 사실이 있는데도 병원을 폐쇄하지 않았다. 영유아가 이 병원을 이용하지 않도록 안내해 달라”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2차 감염자가 방문한 뒤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가 격리된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병원 주변 주민들은 자녀들의 놀이터 출입을 막았다. 특히 이 병원과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가 7000가구 가까운 대단지인데다 주변에 다른 아파트도 많아, 일부 주민들은 ‘대량 전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불안감에 병원 진료나 처방을 미루기도 한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이아무개(60)씨는 “병원 예약을 취소했다. 메르스 환자가 안 거쳐 갔다고 해도 찜찜하다”고 했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정아무개(38)씨는 “6살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지난주 야외활동 부모 동의서를 보내왔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믿을 데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김성환 기자, 수원/홍용덕 기자 hwany@hani.co.kr[그래픽 뉴스] 메르스는 어떻게 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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