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얼굴 타박상 외 큰 상처는 없어
영화 ‘고래사냥’ 등으로 유명한 배창호(62) 감독이 1일 오전 6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분당선 왕십리 방면 승강장에서 철로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를 입었다. 현재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배 감독은 다행히 얼굴에 타박상 등을 입은 것 외에 큰 상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강장에 서 있던 배씨가 갑자기 철로로 뛰어내렸다는 기관사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배씨 홀로 서 있다가 떨어졌다”며 투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가 난 한티역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다. 추락한 뒤 선로 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배 감독 위로 전동차가 지나갔지만 다행히 차체 하부와 선로 바닥 사이 공간이 있어 목숨을 건졌다.
배 감독은 경찰조사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느라 몇 개월 동안 수면장애를 겪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감독의 가족은 “이 정도로 예민하고 힘든 상황이었을 줄은 몰랐다. 정신과 진료 등을 받아보도록 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감독은 195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무역회사의 케냐 주재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 두고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들어왔다. 1982년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을 통해 데뷔한 이후 ‘고래사냥’ 1, 2 시리즈와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흑수선’ 등 2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제작과 감독으로 참여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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