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래사냥’ 등으로 유명한 배창호(62) 감독이 1일 오전 6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분당선 왕십리 방면 승강장에서 철로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를 입었다. 현재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배 감독은 다행히 얼굴에 타박상 등을 입은 것 외에 큰 상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장에 서 있던 배씨가 갑자기 철로로 뛰어내렸다는 기관사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배씨 홀로 서 있다가 떨어졌다”며 투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가 난 한티역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돼있지 않다. 추락한 뒤 선로 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배 감독 위로 전동차가 지나갔지만 다행히 차체 하부와 선로 바닥 사이 공간이 있어 목숨을 건졌다.
배 감독은 경찰조사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느라 몇 개월 동안 수면장애를 겪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감독의 가족은 “이 정도로 예민하고 힘든 상황이었을 줄은 몰랐다. 정신과 진료 등을 받아보도록 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감독은 무역회사의 케냐 주재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 두고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들어왔다. 1982년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을 통해 데뷔한 이후 <고래사냥> 1, 2 시리즈와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흑수선> 등 20편이 넘는 작품에 제작과 감독으로 참여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