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전경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119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폴리스라인 걷히면 ‘다음 손님’
폴리스라인 걷히면 ‘다음 손님’
샹그릴라 호텔·리조트를 소유한 말레이시아 케리그룹의 로버트 궉(92) 회장의 조카가 지난 20일 낮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주변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특급호텔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은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칠까? 투숙객 사망은 악재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름대로 ‘특급 노하우’가 있다.
국내 특급호텔에서는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동선의 최소화’에 나선다. 현장을 찾은 경찰관들과 119구급대원들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다른 투숙객들 눈에 띄지 않도록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하도록 협조를 구한다”고 했다. 이 호텔에서는 2012년께 다국적기업의 미국인 사내 변호사가 만취해 객실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숨진 사건이 있었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몇년 전 관내 특급호텔 화장실에서 심장이 좋지 않은 외국인이 급사한 사건이 있었다. 호텔에서 사건 장소가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지만, 공공화장실이라 폴리스라인을 치고 수사를 했다. 다만 호텔 쪽에서 ‘경찰들이 투숙객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사건 현장이었던 객실은 곧바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침구류에 혈흔이 묻거나 방 안에 남은 발자국이나 지문을 확인해야 하는 살인 사건이 아니면 대부분 방을 소독하고 ‘적당할 때’ 손님을 받는다. 관내에 특급호텔이 있는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과장은 “검찰 지휘를 받아 현장을 오래 보존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만약 보존 의무가 없으면 바로 방을 치운다. 문제가 없다면 바로 새 투숙객을 받는 걸로 안다”고 했다. 서울 강북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객실은) 정리한 뒤 재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외국인이 사망하면 본국으로 시신을 옮기는 시간이 필요하니 그때까지는 판매를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는 “원래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스팀이나 청결제로 실내를 깨끗이 청소하고 카펫이나 이불은 새것으로 바꾼다. 만약 경찰에서 공지된 사인이 전염성이 있는 것이라면 방에 있던 물건 전체를 소각 처리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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