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계약을 맺은 뒤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세 보증금 1억6000만원을 가로챈 사기꾼이 경찰에 구속됐다.
정아무개(49)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가명으로 경기도 수원의 ㄱ아파트와 군포의 ㄱ아파트 한 채씩을 월세로 빌렸다. 정씨는 계약하며 얻은 집주인들의 신분증 사본과 개인정보를 중국에 있는 신분증 위조업자에게 넘겨, 장당 70만원을 주고 가짜 운전면허증 2장을 만들었다.
이후 정씨의 집주인 행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역신문에 자신이 세를 든 아파트 두 채를 전세로 내놓았고, 집을 보러 온 신혼부부 두쌍과 전세 계약까지 맺었다. 정씨는 위조 신분증으로 개설한 은행계좌로 전세보증금 8000만원씩, 모두 1억6000만원을 받아챙겼다. 정씨는 진짜 집주인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월세 6개월치를 미리 선납한 상태였다.
공문서위조·행사 등 전과 14범인 정씨의 집주인 행세 사기극은 ‘위조된 신분증이 국제 특송으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추가 위조 신분증을 국제 특송으로 수령하던 정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정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검거 당시 정씨는 위조신분증 4장, 타인 명의 신분증 사본 10장을 갖고 있었는데, 경찰은 추가 범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국제범죄수사대의 이명섭 경위는 “위조 신분증은 눈으로는 구별 못 하고 기계로만 구분할 수 있는데 은행에서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했다. 행정자치부는 “현재 은행에 위조 신분증 감별기를 두는 것은 강제 사항이 아니다. 모든 은행이 감별기를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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