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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년의 날에 ‘아버지’ 최불암이 ‘새내기 어른’에게

등록 2015-05-17 20:38수정 2015-05-19 15:00

지난 14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불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지난 14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불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국민들이 울게 만드는 세상
지금은 사랑도 휴머니즘도 없어
삶의 가치를 사람한테서 느껴야
19살도 계속 커가는 수밖에…”
“<한국인의 밥상>을 촬영하면서 전국 팔도 안 가본 곳 없고 못 먹어본 음식이 없으니 부럽다고들 해. 그런데 내겐 제일 괴로운 시간이야. 몇 시간을 이동하고 안 먹으면 안 되고.”

배우 최불암(75)씨는 시청자들의 ‘부러움’ 속에 <한국방송>(KBS) 음식기행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5년째 맡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씨는 ‘어른 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힘들고, 무겁고, 책임질 일이 많다”며 웃었다.

우리 시대 ‘아버지’ 혹은 ‘어른’ 역할을 주로 해온 최씨는 1985년부터 30년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1981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입양해 키우는 ‘김 회장’ 역을 맡으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18일 성년의 날을 앞두고 <한겨레>와 만난 최씨는 “19살 성년들에게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 스트레스 많이 받지. 욕망이 자기 마음대로 해결이 안 되니까 그래. 그 나이 때는 사랑을 해야 해. 사랑만큼 돈 안 드는 게 어딨어. 삶의 가치와 충만함을 사람에게서 느껴야 해.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걸 얻는 거야.”

최씨는 정작 자신의 19살은 “잘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주먹이 의리이자 정의라고 여겼던 어리석음을 후회한다고 했다. 외모보다 연기력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인데도, “그때 연기 공부를 더 했다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첫사랑 친구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번 못한 것이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20년 뒤에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느낀 아쉬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맡은 배역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사랑에 빠진 남자’ 연기를 많이 못해 아쉽다”는 그다.

배우 최불암씨가 18일 성년의 날을 맞아 ‘19살 어른이’들에게 손글씨 선물을 보냈다.
배우 최불암씨가 18일 성년의 날을 맞아 ‘19살 어른이’들에게 손글씨 선물을 보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성년의 날을 ‘어른이날’이라고 부른다. 어른이 된다는 진짜 의미는 어린이를 도울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최씨는 경제적 형편이 남을 도울 만큼은 되지 않더라도 성년이 되면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했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야. 그 꽃이 떨어지고 매실이 열리지. 성년이 된다는 건 꽃이 열매가 됐다는 소리야. 힘든 청소년 시기를 견디고 이제 열매를 맺은 거지. 사랑은 맛있는 거야. 그 열매로 나와 모두를 공평하게 먹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해. 어른이 됐으니 담배 피워도 되고 술 마셔도 된다고 좋아하고 클럽만 다니지 말고 말야. 하하하.”

1990년대 초 ‘국민 유머’였던 ‘최불암 시리즈’도 모르는 요즘 19살들에게 그의 말이 어떻게 들릴까. 경쟁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어른 되기’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미안하지. 그래도 성년이 누군가를 돕는 건 당연한 거야. 지금은 사랑도 휴머니즘도 없는 사회야. 청소년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고, 국민들을 울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어. 종교, 철학,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19살도 계속 커가는 수밖에 없어. 계속 가야지.”

최씨가 19살 성년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책이다. 그는 16살 때 읽은 일본 소설 <인간의 조건>을 추천했다. 전쟁의 광기 속에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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