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북 상주시 적십자병원 영안실에서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로 숨진 중학생 황인목군의 친구들이 조문을 하자, 황군의 할머니와 누나가 “인목아! 친구들이 왔는데 너는 어디로 갔냐”며 울부짖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상주시가 행사업체 잔금지급 구두 보증
MBC “안전우려 취소통보 불구 시쪽 강행”
‘상주참사’ 예견된 비극 11명이 죽고 80여명이 다친 상주 압사사고는 부실 행정과 안전불감증, 연고주의가 낳은 ‘구시대적 참사’였다. 사고난 문에 경비업체 직원 8명뿐=이번 행사 대행업체인 국제문화진흥협회는 경호업체인 ‘강한 경호’와 경비 업무를 2천만원에 계약했지만, 이 가운데 500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경호업체는 직원을 애초 계획한 50명이 아니라 21명으로 줄여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시는 이 과정에서 경호업체에 잔금 지급을 위한 구두 보증을 서기도 했다. 또 경비업체는 이날 직원 21명과 아르바이트생 80명을 동원했지만,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난 직3문 앞에는 직원 8명만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주경찰서는 4일 “이번 사고가 난 출입문에 자원봉사에 나선 해병동우회와 모범운전자 회원들을 제외하고 경비용역업체 직원은 8명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의 대행업체인 국제문화진흥협회 쪽은 문화방송과 행사대행 약정을 맺으면서 200명의 경찰인원 지원과 소방차량 및 119 구급차량 지원 등 행사 안전대책을 수립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김용태 수사과장은 “9월26일 200여명의 경찰병력 지원을 구두로 요청받아 정식 공문으로 요청할 것을 통보했으나 아무런 지원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도 교통정리를 제외하면 무대 주변에 15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데 그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일 “녹화 불가능” 항의=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문화방송> 비공개 국감에선 엠비시 <가요콘서트> 제작진이 사고 당일인 3일 안전문제를 이유로 "방송 녹화가 불가능하다"고 항의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날 엠비시 쪽은 "3일 오전 공연장소에 도착한 뒤 경호 및 의자와 관련해 담당 피디가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뒤, `방송을 할 수 없다'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주시는 "상주시 책임 하에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통보했다고 엠비시 쪽은 설명했다. 앞서 엠비시는 9월 7일과 27일에도 상주시와 행사 위탁대행사에 안전문제를 이유로 방송 녹화 취소를 통보했다. 한편 이날 엠비시 국감에서 의원들은 상주시 압사 사고과 관련해" 엠비시가 1차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한 유가족=상주시청은 3일 사고 직후 희생자를 안치할 빈소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가 하면, 피해자 가족이 대책을 논의할 장소도 준비하지 못했다. 김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들은 더군다나 사고 9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유가족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첫 대책회의 뒤에도 박동성 상주시 행정지원국장은 “대책회의에 담당 계장이 들어가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주최 쪽인 시에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는 문화방송 및 기획사와 협의해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경비업체에 맡겼다”고 변명했다. 상주시는 또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공연을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상주시 쪽이 매달려서 거의 어거지로 했다”며 “사고 뒤에도 상주시 쪽은 녹화를 계속하자고 해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4일 오후 사망자 유족회를 결성하고 우인옥씨의 유족 우송학씨를 대표로 뽑아 보상 문제와 대책을 논의해, 시장과 관련 단체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 것을 요구했다. 상주/박영률 이정애, 김진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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