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일자리를 뺏어서는 안 됩니다. 고령화 사회 진입 초기에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장·노년층의 활용가치에 주목해 정년을 늘려야 합니다.”

29일 오후 대한은퇴자협회는 서울 송파구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에서 “나이 먹는 게 죄냐?”는 주제로 모의재판을 벌여, 효율성을 빌미로 조기퇴직과 연령차별로 장·노년 인력을 배제하는 사회현실을 고발했다.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풍자 모의재판을 준비한 주명룡(60사진)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은 고비용 저효율을 이유로 장노년층의 활용가치를 무시하는 한국 사회풍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년 연장이 세계적 추세이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노인인력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예요. 기업들은 나이 든 사람 쫓아낼 궁리만 하는데, 이들에 대한 부양은 결국 정부 몫으로 귀결돼 재정 압박만 불러오죠. 정년 연장 등을 통해 장·노년 노동력 활용방안을 서둘러야 합니다.”

뉴욕 한인회장, 뉴욕 한인식품상회 대표 등을 지내며 미국은퇴자협회 활동을 접할 수 있었던 그는 열악한 한국 노년층의 현실에 주목했다. 이들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2001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행을 택했다. 미국 이민 30년 만에 여러 개의 식품점을 운영하는 등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장·노년층의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활동은 귀국과 동시에 시작됐다. 곧바로 대한은퇴자협회를 설립해 연령차별과 조기퇴직 종용 금지, 고령인 고용촉진 등 노년층 일자리 창출대책을 만들어 정부를 압박했다. 참여정부로부터 연령차별 및 조기퇴직 종용 금지법, 고령인고용촉진법 제정도 약속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대책은 그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월 20만원 미만을 지급하고 2009년까지 30만개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방안은 단기적 처방일 뿐입니다.” 그는 근본적 대안으로 영국, 스웨덴, 프랑스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을 제시했다. 그는 이윤 추구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기업체가 노년층 고용을 확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 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면 지역별로 2만~3만개의 노년층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